골판지·상자 업체들 "원지값 인상 과도하다"

원지社 "원가부담 올라 불가피"
추석 앞두고 일제히 가격 올려
상자 업계 "담합 신고도 검토"
골판지원지 제조업체들이 성수기 추석을 앞두고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 1년간 세 번째다. 골판지 및 상자 제조업체들은 인상 횟수 및 인상률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의심 행위로 신고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와 한솔페이퍼텍이 생산하는 골판지원지는 이틀 전부터 전월 대비 t당 5만~7만원 올랐다. 업체와 종이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인상률은 10%대 초반이다. 태림페이퍼와 아진피앤피, 전주페이퍼 등 다른 원지업체도 8~9월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다. 작년 11월, 올해 4월에 이어 세 번째다.원지기업들은 폐지 등 원자재값 인상을 견디기 힘들어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 원지업체는 “작년 8월 ㎏당 130원이던 폐지가 1년 만에 260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며 “폐지와 펄프 등 원부자재와 운임비까지 크게 올라 원가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펄프·제지정보업체 RISI에 따르면 원지 가격은 세계적으로 오름세다. 작년 10월 대비 올해 7월 가격 상승률은 영국 48%, 이탈리아 73%, 러시아 117% 등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누적 상승률은 30~40% 정도다.

국내에선 폐지가 부족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남지역의 J사와 경기지역의 K사는 지난달 25~26일 부분적으로 기계를 멈춰 세웠다. J사 관계자는 “7월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이달도 적자가 뻔하다”고 푸념했다.

골판지 및 상자 제조업계는 인상률은 물론 인상 횟수도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진무 한국골판지조합 전무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이미 원가 인상분을 넘을 정도로 가격을 올렸는데 4~5개월 만에 또 올리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상자업계는 원지업계의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적을 꼽는다. 대부분 원지업체의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세아제지는 올 상반기 매출 4515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97% 증가했다. 강성근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은 안 하고 일방적인 부담만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상자업계는 원지업계를 공정위에 담합 의심 행위로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