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전자재료, 차세대 배터리株로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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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음극재 시장 개화 단계전기자동차의 2차전지에 사용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 시점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출시가 늘어날 예정이어서 당분간 시장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에 성공한 대주전자재료를 비롯해 한솔케미칼, 포스코케미칼 등이 수혜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연평균 70%씩 폭발 성장 예고
충전 속도·용량 대폭 늘어나
전기차·스마트폰 등 적용 확대
대주전자재료·中 BTR·日 신에츠
상용화 성공한 '세계 3대 업체'
한솔케미칼·포스코케미칼도 관심
“실리콘 음극재 시장 막 열렸다”
지난 7일 미국 2차전지 소재업체인 그룹14테크놀로지는 영국 전기차 업체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해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막 개화 단계에 접어든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로 보고 있다.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음극재엔 흑연이 사용되지만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결합해 리튬이온 용량을 최대 10배 이상 늘림으로써 급속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차세대 2차전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5년까지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연평균 70% 증가해 시장 규모가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음극재에서 실리콘 음극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는 3% 수준이지만 4년 후면 15%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포르쉐 타이칸이 대표적이지만 폭스바겐, GM, 테슬라, 애플 등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전기차 모델이 계속 나오면서 향후 배터리의 표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에 5~10% 섞은 혼합물로 적용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리콘 음극재의 적용 비율이 20%까지 확대돼 당분간 시장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실리콘 음극재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5세대(5G)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소비전력이 문제로 부각되자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에도 실리콘 음극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업체 진입 제한적
실리콘 음극재는 신규 업체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세계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는 기업은 두세 곳에 불과하다. 중국 BTR이 5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고, 이어 일본 신에츠가 30% 수준이다. 국내 업체 중에선 대주전자재료가 약 10% 점유율을 보이며 상용화에 성공한 세계 3대 업체로 꼽히고 있다.대주전자재료는 최근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주목 받으면서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41% 급등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66%에 달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이론상 흑연의 10배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지만 충·방전 시 부피 팽창, 낮은 전기전도 등의 문제로 적극 채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열 플라즈마를 이용한 기상합성공정을 적용해 고효율 실리콘복합산화물 양산에 최초로 성공했고,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용으로 판매하고 있다.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한 업체는 많지만 대주전자재료처럼 대규모로 양산하는 업체는 아직 드문 상황”이라고 했다.
대주전자재료뿐 아니라 한솔케미칼, 포스코케미칼 등 관련 종목도 주목 받고 있다. 김동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BTR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배터리 3사(LG·삼성·SK)가 수직계열화 구축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품질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한국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국 소재업체의 실리콘 음극재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수백t 규모지만 내년부터 2023년까지 1500~3000t으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