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퇴출되자…러시아 기업들, 줄줄이 뉴욕 상장

SPB거래소와 JSC부쿠스빌 이르면 올해 IPO 추진
러시아 회사 두 곳이 이르면 연내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뉴욕 상장을 폐지하는 가운데 러시아 기업들의 뉴욕행이 증시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인 SPB거래소와 러시아 유기농 전문 소매업체인 JSC부쿠스빌(VkusVill)이 올해에서 내년초 사이 뉴욕에서 IPO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2014년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지만 올들어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주식이 가장 활발하게 매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최근 들어 유가가 상승해 러시아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돼온 미·러 관계가 다소 개선된 측면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빅토르 사보 애버딘스탠더드 인베스터먼트 투자담당 이사는 "러시아 기업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관계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환경은 러시아 기업 투자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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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가에서는 SPB거래소의 가치를 약 20억달러로 보고 있다. 부쿠스빌의 시장 가치는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부쿠스빌은 다음달 초 이후 모스크바 증시와 뉴욕증시에 동시 상장을 위한 서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올들어 러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주식의 총합은 60억달러로 최근 5년 내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영국 런던 증시에 러시아 소매업체 픽스프라이스가 상장했다.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오존그룹도 뉴욕 증시에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러시아 증권사인 소바캐피털의 알리나 시초바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러시아 기업들은 항상 선진 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으며 이제 그 기회가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WSJ는 보고 있다. 러시아가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미국 선거 개입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기업들도 최근 뉴욕증시에서 퇴출되거나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한 중국 기업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사보 빅토르 사보 이사는 "러시아는 민간 기업에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