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의 세번째 성장률 하향 vs UBS "델타 변이 정점"

7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췄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4분기의 기존 예상치가 6.5%였는데 이를 5.5%로 하향한 겁니다. 그리고 올해 연간 성장률은 기존 6.0%에서 5.7%로 내렸습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 6.2%보다 낮은 겁니다. 미 중앙은행(Fed)은 지난 6월 경제전망(SEP)에서 7.0%로 전망했었지요.
골드만삭스의 성장률 조정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8일 3분기 GDP 전망치를 기존 8.5%에서 5.5% 떨어뜨린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더니 9월 2일 3분기 GDP 전망치를 다시 5.5%에서 3.5%로 다시 크게 낮췄고 이번에는 4분기 전망치를 떨어뜨린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재정 부양책이 지난 2분기 정점에 친 뒤 급격히 사라질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가 지난 6일로 종료된 뒤 팬데믹에 따른 현금 지급 프로그램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상반기 가처분 소득은 9% 증가해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 높았지만 이미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가처분 소득 감소는 소비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노동소득 증가(임금 상승) 및 팬데믹 기간 누적된 초과 저축(한 해 소비액의 18% 규모)이 그 영향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두 번째, 향후 소비가 정상화될 것이란 겁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20%가량 늘어났던 상품에 대한 소비는 계속 감소하겠지만, 신차 부족 등에 따른 지연 구매로 인해 감소세는 둔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의 회복은 백신 접종 초기(5~7월)보다 훨씬 느릴 것이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겨울에도 지속할 수 있으므로 소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모건스탠리는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낮췄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말부터 계속해서 10~20% 조정을 부르짖고 있는 금융사입니다.

앤드루 시트 크로스 멀티에셋 전략가는 "향후 2개월은 성장, 정책, 입법 과제로 큰 위험을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유럽이나 일본 주식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성장에 둔화하고 있고, 소비가 정점 징후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은 변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의회에서는 인프라 법안뿐 아니라 부채한도 상향 조정 등과 관련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우울한 소식은 뉴욕 증시에 금방 번져나갔습니다. 사실 휴가철 종료를 알리는 긴 노동절 연휴가 끝나면서 투자자들이 좀 우울할 수 있을 때였거든요.

사실 뮌헨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독일에서는 연휴 기간 내내 반도체 공급난으로 자동차 생산 정상화가 어렵다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독일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부족이 "2022년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내후년에야 완화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폭스바겐의 허버트 디스 CEO는 “반도체 수요가 많으므로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은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물 인터넷이 성장하고 있으며 용량 증가에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병목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포드의 유럽이사회 의장인 군나르 헤르만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1대를 만드는 데 반도체 300개가 필요하지만, 전기차를 만드는 데에는 열 배인 3000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는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리튬, 플라스틱, 철강 등 원자재도 공급 위기"라며 원자재 상승으로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동차 공급 부족과 차량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부진은 확실한 GDP의 감소 요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온종일 이어졌습니다. 3대 지수는 모두 약세로 출발했고 결국 다우는 0.76%, S&P 500지수는 0.34% 떨어졌습니다. 나스닥만이 애플, 넷플릭스의 분전으로 0.07% 강보합세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역시 사상 최고치 기록입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 발매를 앞두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애플은 9월14일에 새로운 이벤트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목을 '캘리포니아 스트리밍'이라고 붙이는 바람에 새로운 콘텐츠 투자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이폰13 공개 행사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실제 스트리밍 회사는 넷플릭스는 이날까지 2.74% 올라 606.7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8일 연속 상승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한 달간 17% 올랐습니다. 9월에 새로운 콘텐츠를 줄줄이 내놓는다는 점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온라인 팬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이날 증권사 애틀랜틱에퀴티스는 넷플릭스의 목표가를 690달러에서 780달러로 높였습니다.
다시 골드만삭스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날 골드만은 델타 변이의 증가가 소비지출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미국의 신규 감염자 수치가 유럽이나 다른 지역처럼 떨어지기 시작하면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제한 도치를 도입했고, 호주에선 인구의 절반 이상인 2500만 명이 경제 봉쇄로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과연 정점 징후를 보이는 미국의 델타 변이 확산세는 언제쯤 확연히 꺾일까요?

이날 UBS는 관련 보고서를 내고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장을 들어보겠습니다.
① 세계 감염률 지난주 처음으로 감소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전 세계 감염자 수는 426만 명이다. 이는 직전 주의 459만 명보다 줄어든 것으로 최근에는 처음이다. 이는 지난 4월 기록한 578만 명의 고점에 비해선 크게 적은 수치다.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세가 정점에 달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집계 기준 하루 신규감염자(7일 이동평균)는 지난 3일 15만 명으로 지난 1일의 15만5000 명보다 줄었다.

② 백신 접종 확대

백신 접종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 일일 투여량은 5월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일 기준 세계의 하루 접종자 수는 3100만 명(7일 이동평균)이다. 이는 8월 말의 4200만 명에 비해선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 5월에 하루 2000만 명 수준이 접종하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높다.

주요 경제국의 경우 백신 접종이 최근 이정표를 넘어섰다. 유럽의 경우 성인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③ 감염과 입원 연관성 약화→경제 봉쇄 가능성 작다

카이저 재단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경우 돌파 감염뿐 아니라 입원 및 사망 사례가 거의 없다. 돌파 감염 사례는 모든 주에서 1% 미만이었다. 코네티컷주에서는 0.01%였고 아칸소는 0.54%로 가장 높았다.
입원율은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워싱턴DC, 인디애나, 뉴저지, 뉴멕시코, 버몬트, 버지니아에서 0%였고 아칸소에서 0.06%였다. 모더나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의 추가 접종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인다.

UBS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글로벌 추세는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투자자에게 경기 회복과 경제 재개에 맞춰 포지션을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UBS는 경기 회복은 경기순환주, 특히 에너지와 금융주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UBS는 또 일본 시장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경기 반등에서 혜택이 예상될 뿐 아니라 3주 전부터 아웃퍼폼(Outperform)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날 JP모간도 비슷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동안 버블 관련 자산인 비트코인과 스펙(기업인수목적회사), 수소 관련주 등의 20~50%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지수는 잘 버텨왔다"라면서 "계속되는 성장 회복세 및 리플레이션에 대한 우리의 전략(매수)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밝혔습니다.이날 미 국채 10년물 벤치마크 수익률은 지난주 금요일 연 1.322%에서 1.370%까지 올랐습니다. 일부에선 저항선을 이탈해 상승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