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하락 대비하라"…잇따르는 투자사·기업 경고

모건스탠리 "S&P500, 연말까지 10% 급락"
골드만삭스는 미국 대신 유럽 주식 추천

셔윈윌리엄스 등 기업들 "원자재난 지속"
델타 변이 확산 후 미국에서 소비가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뉴저지주의 한 백화점은 쇼핑객이 많지 않아 썰렁했다. 뉴저지=조재길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뛴데다 델타 변이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앤드루 시츠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7일(현지시간) “다음달 말까지 증시 변동성이 점차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미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유럽과 일본 주식을 더 매수하라”고 추천했다.모건스탠리는 현재 4500 선인 S&P500지수가 올해 말에는 4000으로 10% 넘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경제 재개 속도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다. 이 와중에 미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액 축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시장 유동성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및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견제를 목적으로 한 ‘플랫폼 반독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은 지난 1년간 큰 조정없이 상승해왔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보다 유럽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투자은행은 유럽 주가가 현재 수준 대비 30% 이상 뛸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 조짐도 뉴욕증시의 조정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페인트 제조사인 셔윈윌리엄스의 지난 2분기 실적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 모리키스 최고경영자(CEO)는 8일 실적 보고서에서 “건축 및 산업 자재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강력하지만 문제는 원자재 수급”이라며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 역시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산업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PPG 인더스트리도 “원자재 공급난, 특정 부품의 부족, 물류 및 운송 문제 등으로 3분기 실적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개했다.

이 회사는 “3분기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종전에 6000만~7000만달러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이 경고가 나온 뒤 PPG 인더스트리 주가는 장중 1% 안팎 하락했다.

다만 자산운용 회사인 BMO 웰스매니지먼트의 영유마 최고투자전략가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자산에 비해 미국 주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