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끝났다"…반사효과 나타나는 종목은?

서비스 차질 우려에 카카오·네이버 연일 급락
'빅테크 대척점' 금융지주 5거래일만 상승 전환
"등록·인허가 이슈 피로감에 전통금융에 옮겨갈 수도"
금융당국 규제 우려로 인해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전통 금융지주들이 재평가 받을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지=한경DB
금융당국 규제 우려로 인해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총이 13조 가까이 증발했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사의 대척점으로 지목돼온 전통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5분 현재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5000원(3.61%) 내린 13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최고가인 17만30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이 23% 수준이다. 전일에는 1만5500원(10.06%) 하락한 13만8500원에 마감했다. 전일 7.87% 하락 마감한 네이버도 현재 7000원(1.71%) 더 내린 40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전일 종가 기준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2조6000억원 넘게 사라졌다. 카카오의 시총은 전일보다 6조8930억원 빠진 61조5919억원으로 집계됐고 네이버의 시총도 종전 73조151억원에서 67조2659억원으로 줄었다. 기관과 외국인 모두 대량 거래를 동반한 순매도세를 보였다. 네이버 주식은 81만주를, 카카오는 465만주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대 빅테크가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 7일 금융당국이 빅테크 서비스의 핵심 맥락인 '상품 비교·추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이 제공해온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단순 '광고 대행'이 아닌 '투자 중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 3월 발효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금융상품 판매를 대리, 중개하는 사업자를 별도로 명명하고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당장 오는 24일인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에 임박해 "빅테크 서비스는 '중개'가 맞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관련 서비스 일시 중단 우려가 큰 상황이다. 빅테크가 해당 서비스를 중단 없이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24일 전까지 금소법에 따른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 등록을 마쳐야하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빅테크 규제를 계기로 전통 금융권인 주요 금융지주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마이데이터와 P2P(개인 간 금융)에 이어 이번 상품 비교·추천까지 인허가와 등록 문제로 번번이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보다, 까다로운 금융당국의 인허가 절차를 마친 금융지주의 모바일 서비스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카카오와 네이버가 급락한 8일 시총 상위 금융지주 주가는 코스피 하락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상승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전일 대비 2.14%, 1.85% 올랐다. 신한지주(0.92%)와 우리금융지주(0.91%)도 소폭 상승 마감했다. 4개사 모두 5거래일 만의 상승 전환이다.

금융사 한 법무정책 담당자는 "은행들은 보험 부문의 경우 이미 금융기관 대리점으로서 보험 상품 판매 자격이 부여된 데다 펀드 부문도 금융투자중개업자로서 겸영업무로 허용돼 있다"며 "금융사들의 모바일 서비스가 빅테크 규제에 대한 잇단 피로감에 지친 소비자들을 흡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김광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간 빅테크와 빅테크 자회사들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고평가를 받으면서 금융지주들은 소외됐지 않느냐"며 "전일 급락을 계기로 빅테크 주가가 일부 조정을 받을 경우 금융지주들은 재평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려가 빅테크 주가에 과하게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투자·대출·보험 부문 매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인데, 이번 금융당국 발표로 양대 빅테크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다소 과도한 반응"이라며 "네이버 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에 대해 시장에서 부여하고 있던 기업가치가 10조~15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주가 하락폭 역시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