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커머스 강자' 라쿠텐, 마지막 퍼즐 맞춰 진다면?[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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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아마존(Amazon)이 11번가를 통해 8월 말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쿠팡 3강 구도 하에 아마존과 손을 잡은 11번가가 과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큽니다.
1997년 종업원 6명·서버 1대·13개 가입 점포로 시작
"일본 소비자를 라쿠텐 생태계 안에 묶어 두려는 의도"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 상황은 어떨까요. 일본은 라쿠텐(4755)과 아마존 재팬(Amazon Japan)의 양강 체제에 3위는 야후 쇼핑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니케이경제신문에 따르면, 2019년 이커머스 거래액은 1위인 라쿠텐이 약 41조원, 아마존재팬이 약 36조원, 야후재팬이 약 9조원 수준입니다. G마켓과 제휴를 맺고 있기도 한 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인 라쿠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재 시가총액 약 18조3000억에 거래 중인 라쿠텐은 1997년 종업원 6명, 서버 1대, 13개 가입점포로 시작했습니다. 그 후 수많은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미국 온라인쇼핑 캐쉬백 적립 사이트 이베이츠(Ebates)를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인터넷 은행, 증권 등 금융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라쿠텐은행, 증권은 일본 내 인터넷금융사 중 선두 업체들입니다. NTT도코모의 회선을 빌려 라쿠텐 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_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9년부터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MVO(Mobile Network Operator_이동통신사업자)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케팅적으로는 2004년 라쿠텐골든이글스라는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라쿠텐의 사업은 크게 3개 사업부로 나눌 수 있는데, 이커머스를 운영하는 인터넷사업부, 핀테크사업부, 모바일사업부입니다. 올해 2분기 누적 각각의 사업부는 매출액의 약 51%, 35%, 14%를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익단에서는 모바일 사업부의 엄청난 적자를 감내하고 있는데 연간실적으로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이동통신사업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NTT도코모(9432), KDDI(9433), 소프트뱅크(9434) 세 회사의 과점 시장이었습니다. 이커머스시장 경쟁확대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라쿠텐은 일본 내 약 1억명에 가까운 라쿠텐서비스 가입자 수와 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세우며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라쿠텐은 설비투자액(CAPEX)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을 빠르게 따라가기 위해 데이터센터부터 소형기지국까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도입해 LTE용으로 구축한 인프라를 5G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라쿠텐은 이번 분기 실적 발표 후, 일본정부에 제출한 계획대로 기지국 설치 관련 선행 투자 지속이 적자의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CAPEX는 내년 말부터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기준 라쿠텐의 4G서비스 인구 커버율은 90%에 도달했고, 순조롭게 고객이 확보되면서 손익은 2021년을 바닥으로 내년에는 개선되고 2023년 월간 기준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라쿠텐의 그림은 일본 소비자를 라쿠텐 생태계 안에 묶어 두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쿠텐 모바일에 통신료를 내고, 라쿠텐 증권에서 주식을 매수하며, 이용금액을 라쿠텐 카드 포인트로 돌려받고, 그 포인트로 라쿠텐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다시 쌓인 포인트로 캐시백을 받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미 진출해 있는 대만시장의 확대 등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려고 할 것입니다.
현실로 돌아오면 이러한 장미 빛 그림 뒤, 라쿠텐의 모바일 사업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가는 10년내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현재 라쿠텐모바일 가입자 수는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향후 가입자 수 확대는 얼마나 속도감 있을 지 모를 일입니다. 회사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캠페인(통신비 무료 등)을 추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잡힐 것입니다. 적자가 지속된다면 회사의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가 발생하고, 이는 조달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되므로 흑자전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한 사업의 강자였던 회사가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신규사업의 확장으로 사세가 기울 것인지, 새로 진입한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BEP 도달 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가져봅니다. 전자라면 차후 모바일사업부의 매각 등 회사 가치 하락은 물론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고, 후자라면 일본 내 압도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으로서 지금이 투자의 적기일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부할거리도,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들도 많은 회사라 생각해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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