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유기견 입양 유행처럼…악영향 미칠까 조심스러워"

유기견 보호소 견사 제작 봉사활동에 나선 이효리 /사진=유튜브 펫박스TV
가수 이효리가 유기견 보호소의 견사 기부에 앞장섰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펫박스TV'는 이효리가 참여한 펫박스의 견사(케이지) 제작 봉사 활동을 공개했다. 펫박스는 이효리의 권유를 받고 1억 원치의 견사를 기부하고 함께 봉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효리는 견사를 제작하는데 앞장서며 "서울 살 때는 이런 거 만져본 적도 없는데 이제 차에 항상 싣고 다닌다"며 드릴과 같은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는 유기견 보호소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효리는 "너무 열악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다 데려와서 챙길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라고 하는 게 제 역할이지 않나 싶어 봉사를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유기견 보호소가 인력,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장님은 1분인데 개들은 100마리 씩이다. 봉사자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밥 주고 변 치우는 기본적인 것만 하기에도 몇 시간씩 땀 흘리면서 해야 한다. 사료만이라도 질 좋은 것 먹이고 싶은데 한 달에 몇 톤씩 들어가니까 (힘들다). 거기다 여기에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효리는 "이번 봉사의 목적이 정확이 있다"며 웃었다. 그는 "순전히 견사를 지원받기 위해서다. 보호소에 제일 필요한 건 견사 나눔인데 봉사자들이 거의 여자라 견사 짓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 견사에 열 마리씩 들어있기도 하다. 사람도 24시간 붙어 있으면 싫지 않냐. 그 방에 왕따 당하는 애들은 계속 공격당하고 밥이나 물도 잘 못 먹는다. 그렇게 당한 애들은 컨테이너 밑이나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호소들은 후원금으로 대부분 운영되기에 사료 값도 부족하니 이렇게 지원받지 않으면 못 쓴다. 제품이 잘 돼서 보호소마다 지원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효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가장 필요한 게 견사"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펫박스TV
이효리는 가능한 많은 보호소에 견사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골엔 목줄을 짧게 묶어놓지 않나. 견사가 있으면 그 안에서라도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목줄이 있고, 없고 가 표정에서 차이 난다. 1견 1실이 목표인데 아직 너무 (개들이) 많아서 좀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유기견 입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이효리는 "입양 간 아이들 중 잘못된 아이들도 많더라. 유행처럼 된 것이 악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조심스럽다. 내가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순심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보호소에서 입양한 개들까지 여섯 마리와 지내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최선을 다해 서로 사랑하며 지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