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부가 즐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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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교육책신학기가 시작됐다. 아이도, 부모도 설렘과 함께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다. 조금 더 쉽게, 즐겁게 뭔가를 배울 수 없을까. 이런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교육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한자나무 1·2》(랴오원하오 지음, 교유서가)는 중국과 대만을 뜨겁게 달군 한자 해설서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한자를 분류하고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저자는 대만 국립타이베이상업대학 부교수이자 도서관장.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지만 10여 년 동안 갑골문이나 금문(金文) 등 중국 고문자에 심취해 연구해왔다.
그런데 고문자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따라가며 공부할수록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부수는 대부분의 한자가 갖고 있다. 한자 분류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같은 부수를 공유해도 서로 관련이 없는 한자가 너무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주특기인 컴퓨터를 동원했다. 한자들 사이의 계통을 새롭게 정립했다. 그 결과물이 한자나무다. 책은 물체의 모양을 본뜬 원시 한자가 어떻게 지금의 한자로 변해왔는지 밝히면서 재미있게 한자를 익힐 수 있게 한다. 예컨대 태아 사(巳)는 포대기에 싸인 아기 모습이다.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여인이란 뜻에서 왕비 비(妃), 어머니가 몸을 굽혀 감싸는 모습에서 감쌀 포(包) 등의 글자가 만들어졌다.
《아이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수전 엥겔 지음, EBS북스)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책이다. ‘미운 네 살’이란 말처럼 조금 컸다고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고, 어른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왜’를 달고 살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발달심리학자인 저자는 3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아주 어릴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탄생과 죽음, 우주와 무한, 선과 불공정, 의식과 무의식, 생각에 관한 생각까지 아이 입장에선 중대한 인생 문제와 씨름하는 시기다. 아이들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신의 질문이 유익한 정보나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타박해선 안 된다.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생각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자기 스스로 생각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이 내놓은 생각을 탐구하고 사유하려는 성향과 재능”이라고 강조한다.《이슬람 버스》(이희수 지음, 한창수 그림, 니케주니어)는 한국사, 세계사, 중국사에 이은 ‘역사 버스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별이 한가득 보이는 어두운 밤, 사막에서 출발한 이슬람 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코란, 알람브라 궁전, 바그다드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 중요한 시기와 장소, 사물을 정류장 삼아 지나며 이슬람 문화의 탄생과 발전을 살펴본다.
이슬람의 오랜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전 세계 19억 무슬림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이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9·11 테러와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으로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크지만, 일부 급진 세력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국을 좋아하고 서구와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저자의 이력이 상당하다. 오래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터키 이스탄불대에서 중동 역사와 이슬람문화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이자 성공회대 이슬람 문화연구소장으로, 이슬람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