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롤러코스터'…'15개월 동결' 도시가스요금 불안

커지는 LNG發 물가 리스크

정부 그린뉴딜 정책 영향
LNG 수입량 꾸준히 늘어

파이프라인 없는 동북아지역
북미·유럽보다 가격변동 극심

가스公 "재고 관리" 한다지만
전문가 "가스값 인상 불가피"
일반 국민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액화석유가스(LPG)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물가의 척도로 꼽힌다. 문제는 국내로 수입되는 LNG 현물가격이 원유와 LPG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3대 원유지표와 연동해 가격이 움직이는 LPG와 달리 LNG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만 활용하는 동북아시아 지표가 존재한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LNG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동북아만 가격 변동성 높아

9일 LPG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3998만t가량의 LNG를 수입했다. 2016년(3345만t) 대비 19.5% 늘었다. 국내 LNG 수입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탈원전 및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이고 LNG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엔 4402만t까지 치솟았다. 당시 혹한에 따른 난방 수요 증가에 더해 원전 정비물량이 늘면서 LNG 발전량이 증가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LNG가 탄소배출량은 적지만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 지역 LNG 가격지표인 JKM의 변동폭이 심하다. 전 세계 LNG 지표는 크게 미국 헨리허브, 네덜란드 TTF, JKM으로 나뉜다. 글로벌 LNG 물량 중 동북아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LNG 수입대국으로 꼽힌다. 일본이 연간 8800만t으로 가장 많다. 중국의 LNG 수입량은 연간 4000만t가량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지난 8일 기준 JKM은 100만BTU(열량단위)당 18.65달러인 데 비해 헨리허브는 20%대 수준인 4.91달러에 불과하다. 동북아시아는 북미, 유럽과 달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연결이 어려워 LNG로 액화한 후 선박으로만 들여오기 때문에 운반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LNG선을 통해 들여와 적시 공급량이 제한된 상황이어서 수요에 따라 현물가격이 크게 오르내리기도 한다. 국제 유가와 LPG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LNG 가격은 9개월 만에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년 늘어나는 LNG 수입량

한국가스공사는 전체 수입 물량의 70%가량을 5~10년 단위 중장기 계약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현물가격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글로벌 자원개발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예정했던 프로젝트를 많이 연기하면서 공급이 줄었다”며 “공급이 재개되면 가격은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변동성이다. 가스공사는 해당 연도의 날씨와 발전량 등을 고려해 매년 재고량을 관리한다. LNG 재고가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관리비용이 커져 적절한 재고관리가 필수적이다. 올초 LNG 현물가격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것도 예상치 못한 기록적 한파에 현물 가격을 비싸게 구입해 재고를 쌓아놨기 때문이다.

정부도 LNG 수입단가가 오르면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말 5.5%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서민 부담을 고려해 도시가스 도매요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도매요금은 일반 전기요금과 달리 LNG 원료비에 연동돼 적용된다. 요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료비 항목은 LNG 수입단가에 연동해 조정된다. 하지만 서민물가를 고려해 정부가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에너지 전문가들은 LNG의 높은 가격 변동성이 향후 경기회복 추세와 맞물려 수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LNG가 차지하는 전체 발전원별 비중은 지난해 37.4%에서 2034년엔 47.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계속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제 LNG 가격은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연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정부의 인상억제 노력도 한계에 부딪혀 결국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정의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