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냥파오'와 '소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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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종사자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신을 충실히 학습해야 한다.” 중국 문화관광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지침이다. 이달 2일에는 방송규제기구인 국가방송위원회가 “냥파오(娘) 등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냥파오는 ‘여성스러운 남성’을 뜻한다.
이런 방침은 금방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지민의 사진으로 감싼 제주항공 비행기를 띄웠다가 구독자 116만 명에 이르는 팬 계정이 중국 최대 포털 웨이보에서 60일간 정지됐다. 이어 BTS의 RM·제이홉·진,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아이유, 엑소, 태연 등의 팬 계정 21개가 줄줄이 정지됐다.이에 대해 일본 NHK는 “빅테크 기업에 이어 연예계도 통제하는 새로운 체제 강화”라고 지적했다. 미국 CNN은 “시진핑 정부가 과거 문화대혁명처럼 대중문화 검열을 통해 젊은 층의 사회주의 이탈을 단속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연예계마저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시진핑식 문혁(文革)’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의도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내년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체제 단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최근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하며 기업에 재갈을 물리고 총수들을 퇴출시킨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 이면에는 문혁 당시 마오쩌둥의 홍위병과 같은 집단인 ‘소분홍(小粉紅·샤오펀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젊다(小)는 의미와 웹사이트 배경화면 색깔(분홍)에서 유래한 소분홍은 맹목적 애국주의를 내세우는 누리꾼이다. 1990년대생 ‘주링허우’와 2000년대생 ‘링링허우’가 주축을 이룬다.신(新)중화사상에 세뇌돼 한류 스타들에게 사이버 폭력을 휘두른 것도 이들이다. 자국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마저 “외국인에게 1등을 빼앗긴 배신자”라고 공격할 정도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뒷받침할 행동대원까지 자처한다.
최근의 잇단 ‘홍색 규제’는 공산당 일당 독재와 소분홍의 광폭 질주가 빚은 중화민족주의의 암울한 그늘을 보여준다. ‘아리아인의 세계 지배’를 주장한 나치즘을 떠올리게 한다. 둘 다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홍위병이 그랬던 것처럼 분노와 적개심으로 미래의 문을 연 역사는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런 방침은 금방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지민의 사진으로 감싼 제주항공 비행기를 띄웠다가 구독자 116만 명에 이르는 팬 계정이 중국 최대 포털 웨이보에서 60일간 정지됐다. 이어 BTS의 RM·제이홉·진,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아이유, 엑소, 태연 등의 팬 계정 21개가 줄줄이 정지됐다.이에 대해 일본 NHK는 “빅테크 기업에 이어 연예계도 통제하는 새로운 체제 강화”라고 지적했다. 미국 CNN은 “시진핑 정부가 과거 문화대혁명처럼 대중문화 검열을 통해 젊은 층의 사회주의 이탈을 단속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연예계마저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시진핑식 문혁(文革)’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의도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내년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체제 단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최근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하며 기업에 재갈을 물리고 총수들을 퇴출시킨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 이면에는 문혁 당시 마오쩌둥의 홍위병과 같은 집단인 ‘소분홍(小粉紅·샤오펀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젊다(小)는 의미와 웹사이트 배경화면 색깔(분홍)에서 유래한 소분홍은 맹목적 애국주의를 내세우는 누리꾼이다. 1990년대생 ‘주링허우’와 2000년대생 ‘링링허우’가 주축을 이룬다.신(新)중화사상에 세뇌돼 한류 스타들에게 사이버 폭력을 휘두른 것도 이들이다. 자국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마저 “외국인에게 1등을 빼앗긴 배신자”라고 공격할 정도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뒷받침할 행동대원까지 자처한다.
최근의 잇단 ‘홍색 규제’는 공산당 일당 독재와 소분홍의 광폭 질주가 빚은 중화민족주의의 암울한 그늘을 보여준다. ‘아리아인의 세계 지배’를 주장한 나치즘을 떠올리게 한다. 둘 다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홍위병이 그랬던 것처럼 분노와 적개심으로 미래의 문을 연 역사는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