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바람의 전달자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과학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고도화된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인간적인 냄새가 풍기는 아날로그식의 비체계화된 방식이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영화 <윈드 토커(Windtalkers), 2002>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막강한 화력에도 사이판 섬에 고립된 일본군들은 절대 항복하지 않고 대항한다. 특히 일본군은 미군의 통신체계를 잘 해독하여 미군의 작전을 무력화해 왔기에 미국에서는 인디언 나바호족을 징집하여 그들의 특수한 언어로 인간무전기로 활용하여 작전을 성공시키지만 그들은 무참한 살육의 현장에서 큰 좌절과 인간성의 상실을 느끼게 된다. 영화<이미테이션 게임, 2014>에서 절대 해독이 불가능했던 독일군의 애니그마 암호로 속수무책 당하던 연합군이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헌신적 노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자의 개인적 삶은 무너지고 마는 모습과 닮아있다. 인류 문명의 발달 속에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1944년 미군은 수개월간의 전투 끝에 확실한 승기를 잡았음에도 고립된 일본군들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한편 솔로몬 제도에 참전했던 앤더슨 중사(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일본군에 의해 부대원 모두를 잃고 본인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다. 고막에 구멍이 나서 균형을 잡기가 힘든 상태지만 부하들의 희생을 복수하고 전쟁의 화신으로 변한 자신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자원 참전을 하게 된다. 미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사이판 섬을 점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막강한 화력과 7만 명의 해병이 사이판에 상륙했지만 치밀한 암호 교란작전을 가진 3만 2천 명의 일본군은 유리한 높은 지대와 3만 개의 참호 속에 숨어 죽을 각오로 악착같이 덤벼들고 있어 고지 탈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앤더슨 중사는 나바호족 통신병들이라는 이질적인 병사들의 통신보안을 활용한 정밀한 포격 후 몸을 사리지 않는 돌격으로 사이판 남서쪽 해안가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일본군을 소탕해야만 사이판을 점령할 수 있기에 최후의 돌격을 시도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사이판 전투의 중요한 배경은?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 대패 이후부터 줄줄이 패전을 거듭하다가 마셜제도까지 함락되면서 절대 방위선이 무너진 상태였다. 미군은 사이판에 공항 건설을 통해 일본 점령지를 거치지 않고 일본 본토까지 폭격할 목적으로 1944년 6월 16일 며칠간의 집중 폭격 이후 미 해병이 사이판 남서쪽에 상륙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이미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학한 미군의 화력은 공포 그 자체였지만 일본군은 자신들의 연합함대가 구원해 줄 거라 믿고 악착같이 항쟁을 벌인다. 그러나 이미 미 태평양함대에 의해 항공모항 3대와 항공기 400대 이상을 잃은 일본군은 사이판에 지원 병력을 보내지 못한다.
B. 미군이 통신의 보안성을 위해 채택한 특단의 조치는?
일본군은 미국의 통신체계를 잘 해독해 왔기 때문에 미군은 태평양전쟁에서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암호체계로 나바호족 언어를 선택하게 된다. 군사용어조차 없던 그들의 언어는 괴기 형태를 띠고 있었고 너무나 복잡해 절대로 해독할 수가 없었다. 단 3줄의 영어를 암호화하여 전달하고 해독하는 데 30분이나 걸리던 것을 나바호족 언어로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아 긴박한 상황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1945년 3월 이오지마 전투에서도 800번의 전문을 주고받는 데 한 번의 실수도 없어 승리를 만들기도 했다. 2차대전 종전까지 약 400명의 인디언 암호통신병들이 태평양 각 지역에서 큰 공을 세웠고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도 하였다.[나바호 병사의 주요 임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적의 규모와 포 배치, 군대의 이동 상황과 전술, 생존자 현황 등을 무전기를 통해 해군 군함 사령부에 전달하는 것]
C. 나바호족 통신병을 지키기 위한 군의 원칙은?
타낙팍 해변 정찰 중 일본군들의 기습으로 나바호 통신병 벤야지의 친구 찰리가 위험해지자 핸더슨 중사가 보호하다가 일본군의 칼에 죽고 찰리가 포로로 잡혀가는 순간 나타난 앤더슨 중사는 일본군으로부터 비밀 통신병기를 탈취당하지 않기 위해 본부 수칙대로 수류탄을 던져 찰리와 일본군을 모두 사살하게 된다. 나중에 이를 알고 원망하는 벤야지에게 앤드슨 중사는 "내 임무는 암호를 보호하는 거다. 둘 중 하나가 잡혔으면 암호가 탄로 났을 거댜"라며 냉정하게 얘기한다. 이 사건으로 가장 가까이서 의지했던 고향 친구 찰리(인디언 명:와잇홀스)를 잃은 벤야지는 복수심에 불타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따뜻한 인간미가 사라지고 전쟁광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야 했던 앤더슨 중사도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D. 나바호족 병사 밴야지가 부서진 무전기를 복구하는 계기는?
후방부대의 안전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정찰 임무를 띠고 출동한 앤더슨 분대는 무전기가 포탄에 맞아 파괴되자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본부 포병대에서는 아군을 향해 폭탄을 퍼부어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평소 자신을 일본인과 닮았다고 멸시하던 백인병사의 말을 떠올린 벤야지는 자신에게 죽은 일본 군인의 옷을 입혀 인대슨 중사를 포로로 가장하여 일본군 진지로 가서 일본군 무전기로 미군 본부 포병대와 교신하여 현재의 오폭 상황을 알리고 제대로 된 일본군의 좌표를 알려 정밀 포격으로 극적으로 위기를 넘기게 된다.
E. 앤더슨 중사의 최후는?
산 정상의 고지에 남은 4천 명의 잔류 일본군을 격파하기 위해 정찰을 나갔던 앤더슨 분대는 지뢰밭을 밟게 되고 전투가 열세에 처하게 된다 이때 자신의 부족이었던 찰리의 복수를 위해 벤야지는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달려나가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앤더슨 중사는 지금 상황이 모든 분대원이 몰살당한 솔로몬제도 전투와 흡사한 공포감에 사로잡히지만 위기를 타파하고 분대원들을 살려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한편 8분대가 일본군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중 지원이 필요하여 무전기로 포병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앤더슨은 무전기를 훔쳐 마지막 정확한 좌표를 벤야지에게 알려주어 정확한 타격으로 마지막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하지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벤야지가 다리에 총상을 입자 통신병을 사살하여 비밀병기를 처리해야 하는 수칙을 무시하고 앤더슨 중사는 죽을힘을 다해 벤야지를 업고 후퇴하다가 자신은 결국 총을 맞고 숨지게 된다. 대원들을 모두 살린 앤더슨은 눈을 감으면서 벤야지에게 "지난번 나바호 통신병 찰리를 죽이기 싫었다"라며 인간적인 회한을 토로한다. 앤더슨 중사도 결국 엄혹한 전쟁의 가련한 희생자였던 것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태평양 전쟁에서 중요한 거점 중 하나였던 사이판 전투와 그곳에서 숨은 활약을 했던 인디언 나바호족 병사들은 마치 나무와 강 그리고 골짜기와 같은 자연과 소통하는 마법의 주문 언어로 중요한 작전 시 통신의 보안성을 확보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제국주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세계 평화를 지켜냈다. 현재 인류에게 불어닥친 엄청난 시련 앞에 인종, 국적, 언어를 가리지 않고 바람이 자연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듯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여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9.11테러로 수천 명이 희생당한지 20주년이 지나도록 전쟁과 테러 그리고 바이러스 질병에 고통받는 지구는 가수 밥 딜런의 노래 처럼 바람만이 해답을 알는지 안타깝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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