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금융 靑 낙하산 인사'에 금융위가 '입꾹닫'하는 까닭 [이호기의 금융형통]
입력
수정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일 온라인판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펀드' 운용책임자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황현선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가 내정됐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특히 황 전 행정관이 2025년까지 20조원(정부 7조원+민간 13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할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내정됐지만 관련 경력은커녕 '펀드매니저 자격증'(투자자산운용사)도 없는 여당 당직자 출신이란 사실이 알려졌지요. 기사의 반향은 작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나온 뒤 신문 방송 인터넷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매체들이 앞다퉈 추종 보도했으며 결국 청와대가 이튿날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며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한 사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의 개입 없이 민간 기업에 개인적으로 취업한 것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은 민간 주식회사지만 주주들은 모두 금융권 공공기관입니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출자한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율 59.21%로 최대 주주에 올라 있고 이어 한국증권금융(19.74%), 산업은행(8.72%), 기업은행(7.40%), 은행권청년창업재단(4.93%)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들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바로 금융위원회입니다. 심지어 금융위는 뉴딜펀드 예산을 편성해 산업은행을 거쳐 한국성장금융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뉴딜펀드 운용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놀랍게도 사건이 불거진 뒤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관련 보도참고자료나 설명자료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설익거나 불리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반박성 해명 자료를 줄줄이 내놓던 패기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물론 보도가 나가기 전에는 금융위도 제대로 몰랐을 겁니다. 실제 기사를 쓰기 전 뉴딜금융과, 산업금융과 등 담당부서들을 두루 취재했지만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보도 이후에는 비공식적으로 "정부가 민간 회사의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청와대의 공식 반응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닷새만인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려사항을 점검해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게 고작입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가 모인 금융위에서 이번 인사의 의미와 부당성을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입을 꾹 닫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위원을 지낸 한 전직 장관의 고백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퇴임 후 지인들과 모임에서 "과거 정부에서는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산하 기관 자리가 꽤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한국성장금융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 전 행정관을 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이 시간 동안 금융위가 공식 입장을 발표해주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그게 설령 황 전 행정관의 적격성을 인정하고 투자운용2본부장으로서 업무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일지라도 말입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특히 황 전 행정관이 2025년까지 20조원(정부 7조원+민간 13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할 투자운용2본부장으로 내정됐지만 관련 경력은커녕 '펀드매니저 자격증'(투자자산운용사)도 없는 여당 당직자 출신이란 사실이 알려졌지요. 기사의 반향은 작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나온 뒤 신문 방송 인터넷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매체들이 앞다퉈 추종 보도했으며 결국 청와대가 이튿날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며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한 사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의 개입 없이 민간 기업에 개인적으로 취업한 것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은 민간 주식회사지만 주주들은 모두 금융권 공공기관입니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출자한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율 59.21%로 최대 주주에 올라 있고 이어 한국증권금융(19.74%), 산업은행(8.72%), 기업은행(7.40%), 은행권청년창업재단(4.93%)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들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바로 금융위원회입니다. 심지어 금융위는 뉴딜펀드 예산을 편성해 산업은행을 거쳐 한국성장금융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뉴딜펀드 운용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놀랍게도 사건이 불거진 뒤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관련 보도참고자료나 설명자료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설익거나 불리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반박성 해명 자료를 줄줄이 내놓던 패기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물론 보도가 나가기 전에는 금융위도 제대로 몰랐을 겁니다. 실제 기사를 쓰기 전 뉴딜금융과, 산업금융과 등 담당부서들을 두루 취재했지만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보도 이후에는 비공식적으로 "정부가 민간 회사의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청와대의 공식 반응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닷새만인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려사항을 점검해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게 고작입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가 모인 금융위에서 이번 인사의 의미와 부당성을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입을 꾹 닫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위원을 지낸 한 전직 장관의 고백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퇴임 후 지인들과 모임에서 "과거 정부에서는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산하 기관 자리가 꽤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한국성장금융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 전 행정관을 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이 시간 동안 금융위가 공식 입장을 발표해주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그게 설령 황 전 행정관의 적격성을 인정하고 투자운용2본부장으로서 업무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일지라도 말입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