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5대 금융지주, 가계부채 관리에 전력 다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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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 무관·과도하게 지원하는 가계대출 신경써야"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계대출 관리에 전력을 다 해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종합 검토"
금융지주 회장들, 금융규제 개선 요청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뱅커스클럽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위험관리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금융위는 가계대출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고,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이날 간담회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고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의 가계대출 취급현황을 살펴보고, 철저한 가계부채 위험관리를 주문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의 가계대출은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과도하게 지원되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제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에 잠재위험은 없는지 등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고 위원장은 "실물경제 성장세를 넘는 부채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위기발생 확률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자산시장 과열과 상호상승 작용을 유발하는 등 이미 그 부작용이 위험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 등 향후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회장들은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직접 책임지고 점검해나가겠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적극 협조하여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5~6%) 내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승범 "코로나19 만기연장 등 종합 검토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향후 처리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고 위원장은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의 시한이 9월말로 가까워진 만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조치연장 요구, 장기유예 차주의 상환부담 누적 등 잠재부실 발생 위험과 같은 조치 연장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현재는 상생을 위한 경제주체간 협력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합리적 방안 도출을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가 중지(衆志)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들은 "실물부문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고, 만기연장 등 조치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디지털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체계와 관련된 다양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도 냈다. 이들은 "금융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춰 금융회사의 창의와 혁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금융규제 체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위원장과 금융지주회장들은 주요 규제개선 과제들을 함께 살펴보며,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정책·감독의 기본원칙으로 '금융회사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시장친화적 정책·감독'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금리·수수료·배당 등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정책목적상 불가피한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도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개입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근거해 시장친화적·시장중심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금융안정과 금융발전이 필수적"이라며 "빅테크 등 IT기술 발전과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한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규제개선 사항 등 오늘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금융권은 물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현장감 있는 금융정책을 추진해 금융권의 자율과 창의·혁신을 적극 뒷받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