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성공 전략] 게이머를 위한 두통 치유 프로젝트 ‘THE HEALING ACADEMY’

글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치유(治癒)’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또는 그것을 주는 능력이 있는 존재의 속성이다. 지금 우리에게 치유란 단어는 일상화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치유, 즉 ‘힐링’의 유행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개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대가 급변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과도해지면서 마음과 정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일상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게 됐다.

특히나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적인 침체기와 불안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일상 속 많은 활동이 제한받으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집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유행하고,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소비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상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치유의 대상과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치유 수단으로 활황을 맞고 있는 것이 게임산업이다.두통약 브랜드가 게임시장을 타깃하는 이례적인 사례를 만들다

게임이 주목받은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집 밖에 나가지 못해 게임을 대안으로 선택하게 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늘고, 게임시장의 소비자이자 중심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칼럼의 소재도 게임시장의 유저 대상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만들어진 캠페인이 되겠다. 바로 글로벌 의약 제조기업 GSK의 두통약 브랜드 ‘엑시드린(Excedrin)’이 진행한 게이머를 위한 두통 치유 프로젝트 ‘더 힐링 아카데미(THE HEALING ACADEMY)’다. 게임과 두통, 언뜻 보면 두통약 브랜드가 게임시장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들어진 두통약 브랜드 ‘엑시드린’의 캠페인 영상 속에서 캐릭터들이 두통 관리를 위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두통약 브랜드가 게이머들의 두통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급증하는 게임 인구는 마케터들에게 매력적인 소비자 그룹이 됐다. 게임산업은 아케이드에서 콘솔로 발전했다. 최근 더 나아가 빠른 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영역을 무한대로 늘려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엑시드린은 점점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 그룹을 통해 기존 범주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브랜드파워를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엑시드린은 광범위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두통이 게임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고, 이 그룹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엑시드린의 연구에 따르면 두통을 동반한 게임은 능률 저하, 집중력 저하와 관련이 있다. 게이머의 71%가 장시간 게임과 관련된 두통을 경험했고, 대다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92%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두통 유발 요인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연구를 통해 엑시드린은 게임 브랜드 ‘100시브즈(Thieves)’의 CEO이자 전문 게이머인 매튜 하그와 협력해 게임 커뮤니티에 만연한 두통을 다스리고, 가장 활발하게 확장 중인 e스포츠상에서 활동하는 게이머의 능률 저하를 관리하는 교육 캠페인을 펼치게 됐다.

앞에서 언급했듯, 엑시드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통이 게임을 방해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두통을 경험한 게이머의 83%는 ‘두통으로 인해 게임을 중단해야 했던 적이 있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두통이나 기분의 개선을 위한 방법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엑시드린은 이들을 위해 간단하고 효과적인 치유 방법을 만들어냈다. 매튜 하그는 “수년간 게임을 하는 동안 두통을 경험했지만, 두통은 게임 세계에서 널리 논의되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며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면서 이와 같은 고통은 덜 수 있는 방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영역의 게임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두통은 게임에 몰입할 수 없게 하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캠페인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엑시드린은 캠페인에서 연구결과를 토대로 두통이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시대에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캠페인으로 게이머와 두통약 브랜드는 ‘동맹 관계’임을 전하다

미국의 웨버 샌드윅(Weber Shandwick)이 대행해 제작한 15초의 캠페인 영상은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형태인 ‘게임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들어졌다. 6단계로 구성된 두통 관리를 위한 대응 방안이 게임 캐릭터화돼 제시됐다.

우선 ‘힐러(치유사)’ 캐릭터가 등장해 아군, 즉 게이머의 건강을 회복시켜준다. 엑시드린을 대변하는 이 힐러가 게이머와 ‘궁극적인 동맹 관계’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상은 ‘게임 오버(Game Over)’라는 문구로 마무리되면서 두통이라는 게이머들의 고통을 게임 형태로 종결짓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 영상과 함께 캠페인도 병행됐다. 캠페인은 온라인 마이크로 사이트(www.excedrin.com/gaming)와 SNS 채널을 통해 확대됐다. 엑시드린은 캠페인에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두통이 게임에 방해될 수 있고 집중도 감소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태는 코로나19 시대에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전달하고 있다.

엑시드린은 캠페인을 위해 게임 방송인(스트리머) 및 임상 심리학자와도 협력했다. 두통을 치유하기 위한 음악, 심호흡, 휴식법, 마사지 등을 포함한 6단계 마음 챙김 과정(루틴)을 개발했다. 그리고 개발된 이 루틴을 게이머를 대상으로 시험해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이 루틴이 게이머가 집중력을 높이고 성능을 최적화하며, 두통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틴을 연습한 게이머는 그렇지 않은 게이머보다 더 나은 효율로, 더 오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두통도 덜했다.

엑시드린은 이 루틴에 친숙한 일러스트와 짧은 문구를 곁들여 게이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엑시드린 브랜드 디렉터는 “의학 및 비의학 양쪽 모두에서 도움이 될 마케팅을 하는 것이 전략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판단하에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각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유됐고, 긍정적인 댓글이 넘쳐났다. 엑시드린은 이런 반응에 고무돼 게임 청중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계획으로, 캠페인을 내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통약 회사는 왜 소비자의 두통 치료를 도왔을까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엑시드린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소비자 그룹인 게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과감하게 게이머 커뮤니티의 성향에 주목해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게이머의 안목에 맞춤화한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편두통 치료제 회사가 두통을 해결할 수 있는 6가지 루틴을 찾도록 도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엑시드린은 심도 있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도출된 수치를 가지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게이머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엑시드린의 6가지 루틴은 사람들이 두통을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두통은 줄어들 것이며, 두통약을 찾는 횟수도 마찬가지로 낮아지고 급기야 회사의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은 그렇게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엑시드린의 판매 감소를 상쇄할 만한 더 많은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우선, 더 많은 소비자가 엑시드린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엑시드린 캠페인을 통해 편두통을 다스리려는 노력은, 이전에 엑시드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접근성도 떨어졌던 많은 MZ세대 및 그 외의 사람들이 엑시드린에 익숙해지도록 할 것이다. 더불어 심리적·신체적 건강 관련 조언은 기업과 브랜드에 선의와 신뢰를 가져다줄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할 때 감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매번 언급했듯, 선한 영향력을 통해 브랜드는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창의적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의도된 자비는 선의를 형성하고, 또한 사람들은 단순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조직을 더 많이 신뢰하게 된다. 브랜드의 신뢰성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브랜드는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경쟁 제품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엑시드린은 재빠르게 시선을 돌려 새로운 치유의 방법을 만들어내는 자리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을 덧붙이자면, 모든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소비자, 즉 타깃은 경험적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선의의 메시지에 움직이기 쉽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주거나 해줄 때 종종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소비자를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캠페인이 그 어떤 캠페인보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드는 것이 아직은 다른 대안이 없는 ‘정답’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소비자에게 치유를 선사하는 캠페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저자 소개>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