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풍향계]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 달성…기초체력 탄탄해지는 벤처투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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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호 가이아벤처파트너스 책임심사역‘3조730억 원’.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금액이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이며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4조3045억 원)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금액만 1조4176억 원이 늘었다. 올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기업당 투자유치 규모 역시 커졌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스케일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영역별로는 디지털 의료, 패션,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영역의 부상이 특징이다. 투자를 받는 업종이 다양해졌고, 스타트업들의 일자리 창출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여기에 벤처캐피털(VC)의 실적까지 크게 개선됐다. 벤처투자시장의 기초체력이 빠르게 강화되는 시기다.
사상 최대 실적, 스타트업 ‘스케일업’ 견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실적은 3조730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건수와 피투자기업의 숫자는 각각 2367건, 1166개 사로 역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다 실적이다. 스타트업당 투자유치 규모도 부쩍 늘었다. 기업당 투자유치 규모는 26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34% 증가했다. 100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받은 기업만 61개 사에 달한다. 이 중 4개 사는 한 번에 300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상반기 최대어는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였다. 투자유치 규모는 4600억 원에 달한다. 음반기획사 더블랙레이블, 패션스타트업 에이블리코퍼레이션, AI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도 300억 원 투자유치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번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 8조2000억 원을 평가받았다. 국내 최초 핀테크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비상장회사)도 가능한 수준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회사) 기업도 상반기에만 4개 늘어 15개가 됐다. 직방, 두나무, 컬리 등이 상반기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이다. 최근 당근마켓도 기업가치를 3조 원으로 평가받으며 16번째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 섹터의 다변화, 디지털 의료 관심
올해 상반기 투자유치 업종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새로운 사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여기서 인기 섹터가 생겨나고 있다. 전체 업종 분류 중 투자유치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바이오·의료다. 상반기에만 이 섹터에 8066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서비스에 7953억 원, 유통·서비스에는 6457억 원이 투자됐다.바이오·의료 섹터는 전통적으로 신약 기업들의 투자유치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디지털 의료 분야의 인기도 신약 못지않다. 뷰노(AI의료기기), 딥노이드(AI의료플랫폼), 라이프시맨틱스(디지털치료제)는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전자약 업체인 와이브레인과 뉴아인은 각각 IPO 및 시리즈C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며, 비대면 원격진료 시스템 업체들도 초기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아기유니콘 기업 명단에도 랩앤피플 등 디지털 의료 관련 회사만 5곳이다.
유통·서비스 분야에서는 ‘패션’이 화두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외에도 명품 거래 플랫폼 트렌비가 22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스니커즈 리셀(resell) 플랫폼 크림, 4050여성 패션 플랫폼 라포랩스도 각각 200억 원, 100억 원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메타버스 분야도 새롭게 등장한 인기 섹터다. AR(증강현실) 콘텐츠 플랫폼 애니펜, AR·VR 글라스 제조사 피앤씨솔루션 등이 상반기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고화질 영상 플랫폼인 포바이포는 현재 IPO를 진행 중이다. 기초체력 강화, 질 높은 성장
스타트업이 창출해내는 일자리 지표도 크게 올랐다. 6월 말 기준 벤처기업 전체 고용은 72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만7000명이 증가했다.
VC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IPO를 준비 중인 KTB네트워크는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543억 원을 달성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투자회수가 실적을 크게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등 상장 VC들도 반기 기준 영업수익이 약 2배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민간부문의 자금이 시장에 계속 투입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상반기 펀드 결성에 민간부문 출자는 1조9770억 원으로 정책금융의 2.6배였다. 양적·질적 성장지표가 모두 크게 개선되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의 기초체력이 확실히 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선순환이 하반기에도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