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우리의 고향' 렌즈에 담았다…8년 동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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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례 사진전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사진가 임효례가 경기 군포 둔대리를 지난 8년 동안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전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가 지난 10일 경기 군포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했다. 임씨가 한국의 1970~80년대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그대로 지닌 둔대리의 가옥과 풍경 그리고 주민들의 삶을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 60여 점이 14일까지 선보인다.
작가가 둔대리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이다. 군포신도시 주민인 임씨는 사진작업을 위해 신도시가 아닌 마을들을 다니기 시작했고 우연히 방문한 대야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둔대리란 옛 이름으로 불리는 그 마을은 작가가 살던 남도의 시골 동네와 꼭 닮아서였다. 그때부터 작가의 렌즈는 둔대리를 향했다. 작가는 둔대리의 가옥, 우물, 장독대, 마당에 펼쳐놓은 붉은 고추 등 요즘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정겨운 시골풍경을 담아나갔다. "둔대리 주민들은 아흔을 넘긴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고향의 부모님을 떠올렸죠. 그리고 그분들 각자는 젊은시절의 자랑스러운 기록들을 간직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을 차례로 촬영했습니다." 임씨는 주민 개인에게 의미있는 사물을 소환해, 현재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인물사진도 찍어나갔다. 2018년 대야동 일대는 공공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다. 둔대리 마을이 사라지고 그 위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계획이다. 그때부터 작가는 사라지는 둔대리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쓸쓸하게 소멸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의 안타까운 모습을 기록했다.
임씨는 "둔대리와 같은 농촌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는 한국인의 삶의 소중한 흔적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에 이 작업을 이어왔다"고 말했다.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 원춘호씨는 "임효례의 사진들은 단순히 한 마을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며 " 사라지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고향'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경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