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안 뽑고 관련 학과 통폐합…제2외국어, 뿌리부터 말라간다

내년 중국어 교사 선발정원 0명
줄어든 학생·내신 경쟁에 '찬밥'

대학 '비인기 학과' 구조조정나서
"인재 키우려면 임용규모 유지해야"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동 용산고에서 ‘2021학년도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 제1차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가르치는 ‘제2외국어’ 교사 임용이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소수 과목의 내신 부담, 관련 국가와의 외교 관계 악화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 교원단체 등에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제2외국어 교사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기 많던 중국어도 임용 ‘0명’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 임용시험 사전예고에서 중국어 임용 선발 정원은 0명이다. 1997년 중국어 교과 교사 선발을 시작한 이후 한 명도 뽑지 않는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많은 중국어 임용시험 준비생이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2년째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이모씨(30)는 “선발 인원이 점점 줄어들긴 했어도 설마 했는데 아예 티오가 안 날 줄은 몰랐다”며 “내년을 기약하기도 어려워 공기업이나 사기업 취업으로 방향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지난달 ‘2022학년도 중국어 교사 선발 정원 확대를 건의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을 한 중국어 강사 전용진 씨는 “배우기도 힘든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져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중국어 과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긴 하다”며 “그렇다고 이렇게 아예 교사를 뽑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가 중국어를 기피하게 돼 향후 필요한 시점에 교사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제2외국어 과목 임용 선발 정원이 ‘0명’인 건 처음이 아니다. 인기 과목으로 꼽히던 일본어도 2020학년도 티오가 0명이었다. 서울에선 2000년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를 선발했다. 20년 가까이 임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학도 관련 학과 통폐합

제2외국어가 ‘찬밥 신세’가 된 요인으로 학령인구 감소 속 학생들의 내신 경쟁 심화와 학교의 행정 부담 등이 꼽힌다. 이렇다 보니 교육당국에서는 수요가 없다며 제2외국어 교사 충원을 하지 않는 것이다.제2외국어 임용 선발 정원이 줄어들면서 대학의 관련 학과들도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2022학년도부터 프랑스어교육과와 독일어교육과, 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고 각 학과를 세부전공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입학 정원도 축소했다. 교육계에서는 프랑스어, 독일어 등 ‘비인기’ 제2외국어 교육학과가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원단체 등에선 2025년 본격 시작되는 고교학점제와 교원 수급 정책이 반대로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교학점제하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적은 수의 교사라도 계속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외국어 인재 자원을 계속 양성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교사 임용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