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가락시장의 눈물…"추석 대목에 손님 구경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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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10명…더 늘어날 듯
도매가게 23곳 중 17곳 문 닫아
단골도 끊겨 과일박스만 쌓여가
"작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 한숨
정부, 전통시장 활성화 나서는데
방역당국은 "밀집 자제" 딜레마
![< 가락시장 일부 임시 폐쇄 > 추석 대목을 앞두고 서울 송파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와 청과시장 일부 구역이 임시 폐쇄됐다. 12일 가락시장 관련 누적 확진자는 110명으로 늘어났다.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476671.1.jpg)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26년째 청과물 가게를 운영 중인 구모씨는 12일 이곳을 찾은 기자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이날 낮 가락시장은 적막했다. 500여 사업자가 1300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지하 1층 청과시장(면적 3만2000㎡)은 점심 2시간여 동안(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 드나든 손님이 6개 팀에 그칠 정도였다. 구씨는 “코로나19 이후 첫 명절이라 그토록 힘들었던 작년 추석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1년 전보다 손님이 8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發 확진자 100명 넘어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477211.1.jpg)
청과물 도매상인 조모씨(31)는 “추석 1주일 전이면 가게 앞 도로까지 과일박스가 빼곡히 쌓여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평소 물량의 4분의 1 수준밖에 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장 청과물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바로 옆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로는 개점휴업 상태”라며 “전날부터 이틀 연속 손님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직접 와서 상품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니 단골 거래처도 상당수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소매 중심인 지하 1층도 한산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대목 때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찾던 이곳은 요즘 하루 평균 방문객이 30여 명에 그친다. 문성종 가락몰종합유통협의회장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가락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다”며 “월 1억원을 벌던 가게 매출이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당장 확보해둔 과일을 제대로 못 팔고 썩혀버리면 상인들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마조마한 방역당국
서울에서 최근 한 달 새 집단감염이 발생한 전통시장은 가락시장뿐이 아니다.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도 홍역을 치렀다. 이 중 지난달 3일 처음 발병한 후 한 달이 넘은 노량진수산시장 정도가 추석을 앞두고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반등하는 추세다.횟감을 떠 그 자리에서 먹는 2층 회센터는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1층 구매장엔 수십 팀이 꾸준히 드나들었다. 한 상인은 “최근 한 달여 동안 장사를 제대로 못 하다가 이제야 약간 회복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와 방역당국은 전통시장발(發) 집단감염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한 곳에 밀집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방문을 자제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싣는 것도 딜레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13~22일 열흘간 서울 경동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수원 지동시장 등 전국 485개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최대 2시간 주차를 허용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이용을 촉진하려는 취지에서다. 서울시가 최근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의 명절물품이 더 저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데도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을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백화점,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 관리와 점검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상황을 난감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무원은 “방역당국에서 밀집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하는 와중에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러다 추석 직후 여기저기에서 집단감염이 나올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정지은/장강호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