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 오를 일만 남았다? 지뢰밭 같은 9월

최근 뉴욕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은 시장 금리가 언제쯤 오르기 시작할지, 무엇이 이런 상승세를 촉발할지에 쏠려 있습니다. 오를지 내릴지가 아닙니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올해 연말까지 최소 연 1.5% 수준까지는 오를 것으로 봅니다. JP모간의 경우 올해 1.9%에 달할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월가는 뭔가가 촉매가 되어 금리 상승세를 유발하고, 만약 갑작스러운 상승이 나타난다면 시장 변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특히 기술주들이 힘을 쓰기 어렵습니다. 기술주들은 그동안 저금리로 인해 현재 수익보다 미래 가치를 더 많이 인정받으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가치가 떨어집니다(할인율이 높아진다). S&P500 지수 시가총액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주가 오르지 못한다면 S&P500 지수가 상승하기는 어렵겠지요.
월가가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요인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전환, 그리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인프라 법안 및 증세입니다.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까지 이와 관련된 이벤트가 꽉 차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굿모닝 한경 글로벌마켓'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자세히 다뤄봤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전합니다.Q1> 지난 주말이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화가 오랜만에 이뤄졌는데, 미·중 갈등 양상은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A1> 백악관이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90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중 관계가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백악관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지난 2월에 이어 7개월 만입니다. 미 언론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 장관, 부장관급의 접촉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자 본인이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로 존경심을 보이며 솔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교 용어로 솔직했다는 건 '이견이 많았고 합의는 없었다'라는 뜻입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올린 관세를 내려주고, 중국에서 다른 것을 받아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대중 관세 인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와 기후변화, 인권 문제 등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미국이 존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 사안을 논의하길 원했지만 시 주석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겠다고 자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일부에선 양국 정상이 대화한 것만 해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죠. 하지만 이런 평가는 금세 뒤집혔습니다.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보조금과 이 보조금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관세 인하 등 유화책을 던졌는데 시 주석이 버티자 다시 강경책을 집어든 것"이라며 "결국 협상이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라며 "미·중 관계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전화를 한 건 본인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재정부양책을 퍼부었는데, 델타 변이로 인해 경기 회복은 더뎌지고 대신 인플레이션만 치솟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철수 문제로 지지율은 폭락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공화당에 빼앗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중국에 당근(관세 인하)을 주는 척하면서 경제 실리를 챙기려 했는데 실패한 겁니다.
시 주석은 급할 게 없어 보입니다. 시 주석은 내년 10월로 예상되는 제20차 당대회에서 3기 집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동 부유’라는 강령을 앞세워 부자 기업 등을 누르고 서민과 중산층 지지 확보에 나섰습니다. 미국에 맞서는 '항미'(抗美)도 국수주의적인 중국 내부 여론을 결집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각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 불만은 ‘공동 부유’를 통한 빈부 격차 해소, 부패 척결, 사교육 금지, 기업 통제 등으로 해결하려 하려는 듯합니다.

월가는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할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으로 몇 안 남은 희망(관세 인하)도 사라졌지요. 대중 관세가 유지되면 인플레이션에도 부정적 요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진핑이 들고나온 '공동 부유'는 효율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공산당이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또 다른 물가 상승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0일 금요일 반등을 시도하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결국 내림세로 마감했는데요. 그런 배경에는 미·중 관계가 금세 풀릴 게 아니라는 게 확인된 것도 있을 겁니다.

Q2> 다가오는 20일 S&P500 지수에 새롭게 편입되는 종목들이 발표됐는데요. 이번 종목 변경에서 특징적 부분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A2> 틴더 등 여러 가지 데이팅 앱을 운영하는 매치그룹(MTCH)은 오는 20일 S&P500 지수에 편입됩니다. 지난 7일 S&P다우존스인덱시스가 이런 소식을 발표했고, 매치그룹 주가는 지난 5일간 13.1% 올랐습니다.
이는 편입 시점을 전후해 S&P 500지수를 추종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들이 시가총액 비율만큼 매입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편입(12월)이 발표됐던 테슬라도 당시 400달러대이던 주가가 올 1월 800달러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했지요.

20일에는 매치그룹 외에 유틸리티 기업인 세리디언HCM홀딩스, 보험사 브라운앤드브라운(BRO)도 편입됩니다. 시가총액은 매치그룹이 450억 달러, 세리디언은 170억 달러, 브라운앤드브라운이 160억 달러입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에는 이들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크면서도 아직 S&P500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이 꽤 있습니다. 시총이 1200억 달러에 달하는 스퀘어, 스냅 그리고 900억 달러 수준인 줌 등이 대표적입니다.

왜 이들은 S&P500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 조건은 뭘까요?

S&P다우존스인덱시스는 매 분기 위원회를 열어 지수 편입 종목을 변경합니다. 지수에 포함되려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야 하며 △시가총액이 138억 달러 이상이어야 하며 △유동성이 크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발행주식의 10% 이상이어야 합니다. 또 △최근 분기, 그리고 최근 4개 분기 이익의 합이 흑자이어야 합니다.

스퀘어나 스냅, 줌은 시가총액 등 이런 조건을 대부분 충족합니다. 다만 하나의 결격 사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창업자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결권 수가 다른 주식을 발행했는데요. S&P 측이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도 이런 차등의결권 제도를 두고 있지만, 이들은 금지 규정이 정해지기 전에 상장하고 편입됐습니다.

Q3> 끝으로 투자자들이 알아둘 주요 일정과 이벤트를 알려주십시오.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번 주와 다음 주 관련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요한 물가지표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는 14일 발표됩니다. 지난 7월 C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4% 올랐는데요. 6월보다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낮아져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다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월가는 8월에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4%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높은 수준이지만 어쨌든 전월 대비 상승률은 조금씩 낮아지는 것이죠.
하지만 투자자들은 좀 불안합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일시적'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임금 집값 등 지속적 인플레를 촉발하는 요인들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CPI가 월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다면 8월 실망스러운 신규고용(23만5000명)에도 불구하고 자산매입축소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겁니다. 이는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워싱턴DC의 움직임입니다. 민주당은 15일까지 3조5000억 달러 규모인 인프라 예산안의 세부 사안을 발표할 계획인데요. 그 일환으로 13일 증세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베팅을 고려해 법인세가 내년부터 인상될 확률을 62%로 계산했는데요. 현재 21%인 법인세는 25%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을 가장 크게 봤습니다. 민주당의 계획인 28%보다는 낮을 것이란 얘기지만, 어쨌든 증세는 이뤄질 것입니다. 또 자본이득세 인상, 자사주매입과 최고경영진(CEO)의 과도한 보상에 세금을 매기거나 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초당적으로 합의한 1조2000억 달러 인프라법안 외에 홀로 추진 중인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 즉 사회복지 패키지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월가는 논의 과정에서 이 규모가 1조5000억~2조5000억 달러로 축소돼 통과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 의원은 지난 주말 CNN, NBC 등의 방송에 출연해 "3조5000억 달러 규모 예산안에는 찬성하지 않겠다"라고 천명했습니다. 이미 5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만큼 인플레이션, 경기 개선 상황 등을 천천히 지켜보면서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1조 달러 수준으로 줄인다면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맨친 의원은 민주 50대 공화 50으로 나뉜 상원의 다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 사안 모두 금리 상승세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월가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인프라 예산이 통과된다거나, 혹은 인프라 예산을 대는 데 턱없이 모자라는 증세가 이뤄질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미 재무부가 국채를 더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프라 예산안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안대로 통과될 경우 연방정부 적자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3%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다음 주 21~22일 열리는 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월가는 9월 회의에서는 테이퍼링 발표 없이 넘어가고 11월 회의(11월 2~3일)에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발표 가능성을 지난 주말 기존 45%에서 70%로 높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Fed가 9월에 자산매입축소를 강력히 시사하고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FOMC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지 않아도 시장 금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2024년 전망이 발표됩니다. 위원들이 점도표를 통해 금리가 더 빨리, 혹은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즉 '매파적' 관측을 내놓는다면 채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 상으로 2024년까지 기준금리를 다섯번 이상 인상하는 것으로 나온다면 지금의 1.3%대 금리는 버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주 16일, 8월 소매판매가 발표됩니다. 델타 변이로 얼마나 소비가 타격을 받았을지가 문제입니다. 선행지표인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와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차가워진 소비 상황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월가는 8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7% 줄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밑돈다는 건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별로 좋지 않죠. 특히 이렇게 나쁘게 나와도 Fed의 테이퍼링 등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가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경기 침체 속에 물가 앙등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도 거세질 것입니다.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월가 대부분은 아직 장기성장률을 웃도는 높은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또 오는 14일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3을 공개합니다. 애플은 지난주 금요일 앱스토어에서 '반경쟁적인 인앱결제 제한을 풀라'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 주가가 3% 넘게 내렸는데요. 신제품 공개로 이를 극복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통상 애플의 주가는 신제품 공개를 전후해 소폭 강세를 보였고요. 이후 두 개 분기에 걸쳐 실적이 개선되면서 강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대장주여서 주요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