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무료배송·음식배달·전자책…모든 게 다 있다 통신3사 '구독 경제' 무한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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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구독료 내면 다양한 생활 서비스30대 직장인 정태현 씨는 요즘 통신사가 제공하는 구독 상품을 통해 용돈을 번다. 지난 7월부터 KT 멤버십을 통해 한 달에 9900원을 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이용권과 할리스 아메리카노 네 잔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4100원, 시즌 이용권(플레인 상품)은 5500원이라 1만2000원가량 할인 혜택을 누린다. 이달 초엔 월 9000원인 SK텔레콤의 구독 상품 ‘T우주’에도 가입했다. 매달 아마존 해외 직구(직접 구매) 무료 배송 혜택과 이마트 할인 쿠폰 총 1만2000원어치를 받는 상품이다.최근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일정 금액을 내면 서비스나 상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통신사업 외 쇼핑, 식음료, 헬스케어, 교육 등 서비스를 엮은 게 특징이다.
"2025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성장 전망"
구독사업 키우는 통신 3사
100조원 규모 구독 시장 잡아라
SK텔레콤이 글로벌 컨설팅기업 등 국내외 8개 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구독 시장은 지난해 49조원에서 2025년까지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장 전방위로 구독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지난달 말 신규 구독 브랜드 T우주를 출시해 타 통신사 이용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독 서비스 분야를 넓히기 위해 국내외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20여 개 기업과 손잡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이마트,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배달의민족, 티맵모빌리티, 꾸까 등이 제휴처다. 배스킨라빈스, 보틀웍스 등과도 제휴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T우주의 서비스 ‘우주패스’는 우주패스 미니(월 4900원), 우주패스 올(월 9000원) 두 종류로 나뉜다. 두 상품 모두 아마존 해외 직구 무료 배송 혜택과 1만원 할인 쿠폰, 11번가 3000포인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우주패스 올은 기본 혜택에다 이용자별로 제휴처의 개별 구독 상품을 하나 더해준다.T우주는 오는 11월까지 가입자에게 첫 달 요금을 최대 8000원 할인해 준다. 출시 1주일 만에 총 가입자 수 15만 명을 넘겼다. 온라인 소비 주력 세대인 20~30대 가입자가 52%를 차지한다. SK텔레콤은 구독 서비스가 탈(脫)통신 시대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 명, 거래액은 8조원을 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 오프라인 일부를 구독 전문 체험·상담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내년까지 전국에 1000여 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기 이용자를 확보하면 통신 서비스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자물쇠 효과)’를 낼 수 있고, 이용자가 많아지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광고 사업을 벌이는 등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취향 저격 서비스 활발
KT와 LG유플러스도 구독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양사 모두 자사 멤버십을 기반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OTT와 식음료 기업을 연계한 구독 서비스와 게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게임 구독 서비스 ‘게임박스’는 작년 8월 시작했다. 용량이 큰 대작 게임을 스마트폰이나 PC에 내려받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지난달 기준 게임박스 이용자는 약 15만 명으로, 국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중 가장 많은 누적 이용자를 확보했다. 30대가 33%, 20대가 30%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게임 이용자 호응도가 높게 나타났다.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U+멤버십에 구독 서비스인 ‘구독콕’을 추가했다. U+멤버십 VIP 이상 등급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휴사 혜택 중 한 가지를 매월 구독 형태로 무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전자책 서비스 밀리의 서재를 비롯해 GS25, 파리바게뜨, 이니스프리, 뚜레쥬르, 쿠팡이츠 등과 협력하고 있다. 먹거리 구독 상품은 20~30대 비중이 71%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제휴사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엔 던킨도너츠와 제휴했고, 다음달부터는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의 차량 대여료 할인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