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번호 2개 쓴다…'e심칩' 상용화 논의 가속
입력
수정
지면B7
유심과 달리 폰에 내장된 카드스마트폰 한 대에서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스마트폰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모듈)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가입자 정보 직접 내려받고
번호 이동때 교체할 필요 없어
과기정통부 'e심 협의체' 구성
내년 하반기부터 상용화 될 듯
○e심이 글로벌 대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제조사(삼성전자),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과 함께 ‘e심 협의체’를 구성했다. e심 협의체는 e심 상용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유심(uSIM) 활용을 전제로 하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등을 주제로 논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e심은 단말기의 메인보드에 내장된 심을 뜻한다. 사용자가 별도로 구입해 스마트폰에 삽입하는 물리적 형태의 기존 유심과는 다르다.e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통신사, 요금제 등을 선택하고 개통할 수 있다. e심 사용자는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두 개의 번호도 쓸 수 있다. 기존 유심과 e심을 동시에 활용하는 ‘듀얼심’ 기능을 통해서다. 두 곳의 통신사, 알뜰폰(MVNO)과 통신사를 혼합하는 등 두 가지 요금제를 동시에 가입할 수도 있다.
e심은 세계적으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e심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엔 5억 대, 2025년엔 24억 대의 스마트폰이 e심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e심을 정식 도입한 국가도 많아졌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69개국 175개 사업자가 상업용 e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삼성 갤럭시도 e심 지원한다
다만 국내에선 e심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통신 3사가 현재 스마트폰에서 e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통신사는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e심을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e심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국내 업체는 알뜰폰 ‘티플러스’ 한 곳이다. 통신사가 e심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지 않자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 제품에서 e심 기능을 제외해왔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부터 e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애플은 2018년부터 국내에도 e심 기능을 지원하는 아이폰을 내놓고 있지만,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통신 3사가 그간 e심 도입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감소다. e심을 도입하면 유심칩 판매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유심칩의 가격은 7700원 정도지만 실제 원가는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번호이동 경쟁의 심화로 가입자당 매출(ARPU)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심 이용자는 새로 유심칩을 발급받아 갈아 끼울 필요가 없이 등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번호이동이 전보다 쉬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과기정통부는 연내 e심 도입과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 7월부턴 e심을 상용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세컨드폰 트렌드와 글로벌 e심 활성화를 고려하면 e심 도입이 이용자 편의 및 선택권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도 e심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데이터는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회선은 통신사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알뜰폰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