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제동 건 시민회의

지난 8월 출범한 탄소중립시민회의. 사진=대통령소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대통령소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탄소중립시민회의’에서 정부의 급격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우려를 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17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과 국민 부담, 일자리 소멸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13일 위원회에 따르면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지난 11~12일 이틀간 대토론회를 열고 6가지 주제에 대한 토론과 질의응답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시민회의는 지역·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무작위 추출한 만 15세 이상 국민 500여명이 참여하는 기구로, 정부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며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과 그로 인한 국민 부담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한 정모씨는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를 수소에너지로 바꾸면, 거기에 따른 인력은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정책이 바뀔 때마다 거기에 딸린 고급인력들이 설 자리가 적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 등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최모씨는 “2009년에 제시한 녹색성장 국가전략 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는데 2030년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시민대표단 양모씨는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된 부대 시설 및 인프라 확충,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한 업종 이전에 따른 생존권 보장 방안이 마련된 다음 내연기관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일부 시민은 정부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식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위원회 운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견 제시에 나선 김모씨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토론이라기보다는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이라며 “탄중위가 정해놓은 방향에서 벗어나는 질문은 취합이 안 되고 탈락되는 느낌을 상당히 강하게 받는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일방적으로 교육하듯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는 근거가 빈약하고 출처 불분명하다”며 “통계로 사람들이 현혹될 수 있는 얘기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박모씨 역시 “시민들은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서 판단의 전문성 떨어지지 않나 걱정 된다”며 “탄중위와 대립적인 반대 의견도 정보를 정리해서 제공해 준다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