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中企 육성 역주행만 했다"

반기문 '2021 백두포럼' 강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전면 시행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13일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마련한 ‘2021 백두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나서 정부의 규제와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시장 상황과 기업 형편을 도외시한 채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그것도 다수의 반대를 외면하고 추진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정부는 올해 초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7월부터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시행했다. 이후 산업 현장에선 ‘투잡’ 구하기, 인력 이탈, 근로시간 편법 운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최저임금이 급등했지만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못 줄이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대 국정 과제로 ‘중소기업의 튼튼한 성장 환경 구축’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역주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1만2300여 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지만, 외국에 있는 기업이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52개뿐이었다”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반기업·반시장적 심리를 갖고 경제 활성화를 찾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했다.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고사성어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하거나 방법이 맞지 않음을 일컫는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백두포럼은 중소기업 대표 글로벌 포럼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이날 “최근 대내외적 변화는 새로운 무역장벽 또는 규제로 작용해 많은 중소기업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경 규제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