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상장사 M&A 때 지분거래…경영권 프리미엄 감안 안한 과세 부당"

엔터테인먼트社 대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승소
비상장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 지분 거래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과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최모 A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최씨는 비상장인 A사 주식 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다. 나머지 45%는 회사 설립자가 소유했다.문제는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인 B사가 A사 측에 M&A를 제안해오면서 불거졌다. 최씨는 논의 끝에 B사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고, 2015년 11월 설립자 측으로부터 45%의 지분을 주당 약 138만원에 매수했다.

이후 전체 지분의 70%를 주당 180만원에 B사에 넘겼다. 그러자 반포세무서는 최씨에게 증여세 등의 명목으로 6억9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 거래를 지켜본 서울지방국세청이 주당 180만원을 A사 주식의 시가로 보고 최씨가 설립자 측으로부터 주식을 값싸게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 과세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A사 주식의 시가를 얼마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최씨는 “주당 180만원의 매매가격은 회사의 경영권 등 비재무적 가치가 포함돼 있어 시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무서 측은 “180만원이 전문 회계법인의 적정가격 평가에 따른 것으로 시가에 해당한다”고 맞섰다.재판부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주당 180만원이라는 가격에는 A사 주식의 소유권 이전뿐 아니라 회사 경영권의 원활한 이전에 따른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영권이 포함된 거래는 소수 주주들이 주주로서의 간섭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대가보다 객관적으로 더 많은 금액이 지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 시가가 주당 180만원임을 전제로 하는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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