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가족기업 케이큐브 집중 조사…카카오 "상생案 곧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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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김범수 의장 정조준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직접 겨누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가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장도 공정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 의장은 ‘상생협력방안’을 내놓는 등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설 전망이다.
케이큐브, 사실상 카카오 지주사
부인은 임원…아들·딸도 근무중
金의장, 조만간 입장 밝힐 듯
사재 털어 상생기금 마련 가능성
IT업계 "불똥 튈라" 우려 목소리
케이큐브홀딩스 지정자료 제출 누락
공정위가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현장조사에 나선 것은 김 의장이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사항을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지정자료란 공정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제출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다.케이큐브홀딩스는 10.59%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다.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김 의장의 남동생 김화영 씨가 지난해까지 대표를 맡았다. 김 의장의 부인 형미선 씨는 이 회사 임원에 등재돼 있고, 김 의장의 아들 김상빈 씨와 딸 김예빈 씨도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이 지정자료 제출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보고 누락에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관건은 고의성 여부다. 만약 공정위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하면 김 의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고 판단할 경우엔 단순 경고에 그칠 수 있다.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업종을 경영컨설팅 서비스업종에서 금융업으로 변경했다.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배구조가 법 위반으로 확정되면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지분 10.6%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카카오그룹이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대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몸 낮추는 카카오, 불안한 IT업계
공정위의 압박 공세가 거세지자 김 의장은 조만간 정치권과 정부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과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카카오T 콜 몰아주기 의혹 등 지금까지 카카오에 제기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내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플랫폼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생협력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밝힐 전망이다.김 의장의 발표 이후 각 계열사는 사업 영역에 맞는 구체적인 상생안을 내놓는 수순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직접 나서서 카카오만의 상생협력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이 정해지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재를 털어 상생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하고,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설립했다.김 의장이 상생협력안을 직접 챙기면서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은 “정부와 맞서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T의 ‘콜몰아주기’ 혐의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와 각을 세우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언제든지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케이큐브홀딩스 조사에 대해 “공포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이 카카오를 연일 난타하는 가운데 정부가 또 다른 이슈를 제기하는 모습이어서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실제 잘못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여론몰이를 하려고 당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지훈/구민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