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영국에서 본 '아프간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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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스리랑카 출신 두 택시회사 사장아프가니스탄이 무너졌다. 칭기즈칸의 후손 티무르가 1370년 중앙아시아에 세운 티무르제국 흥망 이후 티무르 후예인 바부르가 카불을 기반으로 1526년 무굴제국을 세운다. 한때는 다양한 인종, 언어, 종교, 문화 등이 복합된 국가였다. 현재는 이란계의 파슈토어를 쓰는 수니파 무슬림이자 탈레반을 배출한 파슈툰인이 총인구의 42%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밖에 몽골과 튀르크 황백 혼혈 시아파인 하자라인(9%), 수니파지만 온건 이슬람 성향의 유목민인 타지크인(27%), 그리고 우즈베크인(9%)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원들 언어·종교 달랐지만 '융합리더십'
김종민 < 英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 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시절 출장 때 택시를 이용했다. 이 택시회사 주인은 아프간 출신 파슈툰인이었고, 운전기사들은 파슈툰, 하자라, 타지크, 우즈베크인이었다. 파슈툰인 기사는 하자라인 기사를 적대시했고, 타지크·우즈베크인 기사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파슈툰과 하자라 운전기사에게 심한 반감을 나타냈다. 한 나라 안에서 각 민족 사이 인식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파슈툰인 사장은 이렇게 절대 융합되지 않을 것 같은 기사들을 같은 아프간 출신이라고 채용해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반면 케임브리지대 인근의 택시회사 주인은 스리랑카 소수민족인 인도계 타밀인이었다. 운전기사는 타밀인과 다수민족인 싱할라인 출신. 여기도 타밀인 기사들은 싱할라인을 극단적으로 멸시하고, 싱할라 기사들도 타밀인 기사들을 원수처럼 대하고 있었다. 다수 민족인 싱할라인은 인도에서 이주한 타밀인과 내전을 24년 동안 했으며 1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온 나라가 거덜 날 정도로 상처만 남긴 뒤 2009년에야 휴전했다. 특히 타밀호랑이 전사들이 고안한 악명 높은 자살폭탄벨트는 이슬람 사회로 이전돼 아프간 탈레반이 반대파를 공격하는 데 쓰여 최근에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타밀인 사장도 철천지원수인 두 그룹을 잘 다뤄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위의 두 택시회사는 경영자의 진정한 리더십과 영국의 자유롭고 민주적 토양이 어우러져 극단적 갈등을 극복한 본보기다.
난민으로 와서 양복 수선으로 옥스퍼드에서 성공한 아프간 하자라인 사장은 우리와 비슷한 몽골인 같은 친구인데, 수선을 맡기면 성심성의껏 챙겨주고 손님을 극진히 대하는 존경스러운 자세에 늘 감동했다. 이 사람은 아프간 다른 민족 이야기를 꺼내면 씨익 웃고는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타지크인 아버지, 파슈툰인 어머니를 둔 아드리스는 필자의 박사과정 학생이다. 그는 아프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부족끼리 감정엔 아주 절제하는 학생이다. 이곳 영국에 있는 다양한 아프간인의 진정한 노력에 미래의 아프간이 보였다.
오래전 탈레반에 폭사당한 타지크인 전쟁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도 영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는 카불 함락 후 판지시르 계곡에서 항쟁을 선언했다. 이달 초 BBC뉴스는 ‘탈레반이 판지시르 계곡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조인 고선지 장군, 혜초 스님의 비장한 역사가 남은 파미르고원을 꼭 한번 가보려 했는데 그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 판지시르 계곡은 9월의 탄생석인 청금석(靑金石)의 주요 생산지다. 아프간의 온 국민들이 청금석의 고귀한 푸르름처럼 찬란히 빛나는 9월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