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청년대책 [여기는 논설실]

20~30대 전체 유권자 35% 차지
‘스윙보터’ 성향 띠는 이들을 겨냥
수천억원~수조원 ‘퍼주기’공약 경쟁
결국 미래 이들이 갚아야 할 나랏빚
월급 나오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외면
지난 11일 대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왼쪽부터)가 박수치고 있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13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번 대선판 최대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MZ(밀레니얼+Z세대)’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20~30대를 뜻한다. 전체 유권자에서 이들은 약 35% 정도 차지한다. 역대 선거에서 이들은 낮은 투표율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난 4·7 재·보선의 경우 이들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거 20~30대는 진보 성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보수 정당 지지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어떤 주자도 MZ세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한 후보는 없다. ‘스윙보터(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이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공약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은 기본이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공약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야 모두 재원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라 빚으로 해결해야 할 공산이 크다. 결국 이 빚은 세월이 지나 MZ가 짊어져야 한다. 앞에선 뿌리고 뒤로는 이들에 빚을 떠안긴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23년부터 19세부터 29세까지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의 청년 소득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합산하면 임기 말에 1인당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임기 안에 모든 국민에게 해마다 100만원을 나눠 주는 것도 공약했다.

이 지사는 19~34세 청년에게 신용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연 이율 3%에 1000만원까지 빌려 주고, 이후 전국민에게 확대하는 기본대출도 제안한 바 있다. 2019년 기준 만 19~34세 청년은 1019만명에 달한다. 연체 이자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지역신보가 감당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을 민간 금융사와 국민에게 떠넘기게 된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를 한 남성들이 제대할 때 사회 출발 자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장병들 월급을 올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현재 시행중인 내일준비적급을 활용해 비과세 이율 등 인센티브 확대 등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더라도 3000만원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당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대기석에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군 복무를 마친 청년에게 주택자금 1억 원 한도의 무이자 융자를 제시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청년의 대학 등록금과 직업교육훈련비, 창업·창직 준비금으로 쓸 수 있는 20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교육카드’를 내놨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특히 청년 주거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임기 내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가구 등에 건설 원가로 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혼부부·청년층 등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욜(LTV) 80%로 상향, 저리 융자 등 금융 지원도 약속했다. 홍준표 의원은 도심을 초고층·고밀도로 개발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 직장과 주거가 근접할 수 있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교통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의 ‘반값 주택’을 내세우고 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생애 최초 및 신혼부부에 대해 LTV 규제 대폭 완화 및 개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 등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청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돈 몇푼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월급이 제대로 나오는 질 좋은 일자리다. 대선주자들은 이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않고, 눈앞의 ‘사탕발림’에만 열중하고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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