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시윤 "발기부전 환자 역할, 제 에너지 죽이려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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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유 레이즈 미 업' 도용식 역 윤시윤엎친 데 덮친 캐릭터였다. 고등학교 때 잘 나갔지만 서른이 된 지금은 7년째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공시생'이다. 그래도 불뚝 솟는 남성성으로 자존감이 높았지만, 여자친구에게 굴욕적으로 차이고 난 후 발기부전까지 겪게 됐다. 웨이브 오리지널 '유 레이즈 미 업' 도용식에 대한 설명이다.
윤시윤 "인간 윤시윤과는 다른 용식
흥미로운 소재, 즐겁게 촬영했다"
배우 윤시윤은 도용식의 처절함부터 자존감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거급된 공무원 시험 낙방으로 힘든 청춘부터 가장 민망한 순간에 마주한 첫사랑과 다시 로맨스를 이어가면서 달달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윤시윤은 "저는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자존감이 낮지 않다는 걸 알고 감사함을 느꼈다"며 "자존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 '유미업'이 '발기부전'이란 파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 OTT 오리지널 작품이란 점에서 실험적이었는데 배우 입장에서 참여하기 부담스럽진 않았나?
부담도 없고 장애물이 될 거라 생각 못했다. 최대한 짧고, 명료하고, 흥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 레이즈미 업'은 '발기부전 환자가 첫사랑 의사와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고 흥미로웠다. 저 뿐 아니라 시청자분들도 발기부전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벽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라 흥미요소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 점이 다행인거 같다.
▲ 용식이라는 부분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답답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용식에게 이입을 하고, 응원을 많이 하더라. 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많은 응원을 받고 하다보니 자존감이 높은 편이더라.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을 내세우고 소극적인 경우가 많더라.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을 거야' '어필할 수 없을거야'라는 생각에 감정선을 절제하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것에 비해 저는 감정 표현을 잘하고, 모든 감정이 다 얼굴에 드러난다. 윤시윤이라는 사람이 가진 에너지를 가지려 노력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절제하고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것들로서 용식이를 표현하려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
▲ OTT 플랫폼도 처음이었고, 사전 제작도 처음 아니었나.
현장이 녹록하진 않다. 그래도 충분히 여유있게 의논하면서 배우 컨디션을 고려하면서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OTT 플랫폼에 새롭게 도전하면서 이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안희연 씨와의 호흡은 어떠셨나. 군 생활 할 때 EXID 하니로 활동하던 안희연 씨가 최고의 인기였었는데.
제가 2014년 군번인데 제가 군대에선 여자 아이돌을 항상 TV로 틀어 놓는데, 서른 살에 군대가서 걸그룹을 보는 게 민망해서 안보는척 봤다.(웃음) 그때 가장 인기 있던 사람이 EXID 하니 씨였다. 과장 안섞고 200~300번은 본 거 같다. 그리고 하니 씨가 성격이 좋은 걸로 유명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들어갔다. 저는 단순히 털털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멜로까지 사랑스럽고 진솔하게 잘해주시더라. 희연 씨도 예의상 얘기하는 거 같지만 '현장이 그립다'고 해주시는데, 저도 그렇다. 그리움의 큰 부분은 희연 씨였다.
▲ 극 중 도용식은 오랜 수험 생활 등으로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다. 윤시윤 본인도 도용식처럼 인생의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을까.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극복 중이다. 슬럼프라기보단 연기자로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이전에 데뷔작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 50%라는 숫자로 먼저 알려졌다. 제가 뭔가 보여주려고 했다기 보다, 신인이 주인공을 맡아서 시청률 50%를 기록했는데 이건 제가 해낸 게 아니라 얻은 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시청률이 꼬리표처럼 저를 따라다녀서 상처가 되고 슬럼프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개인의 삶도 열정적으로 살려했다. 일도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지만, 결과만으로 저라는 사람의 가치가 전부가 되는 거라면 너무 위험할 거 같다.
▲ 시청률이라는 수치가 배우로서 부담되는 부분인 건 사실이겠지만 윤시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도 많이 사랑받았다. 10년 가량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느끼는게, 저는 주연만 했는데도 제가 관여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지분은 정말 없다는 걸 더 느끼게 된다. 신인이었을 땐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까' 걱정했다면, 이제는 다른 배우들과 더 대화하고 그들의 연기를 보고 집중하게 됐다. 그렇게 겸손함을 배워가는 거 같다. ▲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용식이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살리고자 노력했을까.
제목을 보고, 재밌고 재치있는 개념으로 '선다'고 하는데, 저는 앉아있던 제가 두 발을 디디고 일어선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문을 열고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마지막엔 사랑까지 표현하고 이뤄나가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
▲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작은 거라도 성취하려고 하고, 도전하려고 한다. 도전을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대단한 꿈을 갖고 대단한 도전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게 전부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 같다. 개인의 삶에 집중한다면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 용식이라는 인물이 처음 발기부전을 알았을 때 연기도 그렇고, 모든 장면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을 많이 했거나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까.
1회에 발기부전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 장면을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많이 걱정했다. 그냥 나이를 들어서 변화한 것 정도로 생각했다. 이 부분 만큼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는구나 하는 충격. 꼭 발기부전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 많이 보지 않나. 그럼에도 책상이 떨렸던 그 연기(발기부전을 확인하는 장면)는 목숨걸고 한 번에 가고 싶었다. 그 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떨린다.
▲ 극 중 일부러 못생겨 보이도록 했다거나 패션 헤어스타일에서 노력한 점은 뭐가 있을까.
솔직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과정이라 몸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박하게 촬영에 들어갔다. 급하게 살을 뺐는데, 체지방이 빠지면서 몸무게는 줄어도 옷을 입어도 별로 티가 안나더라.
▲ 극 중 용식이는 핑크를 좋아했는데, 윤시윤은 어떤 색을 좋아하나.
흰색, 검정색, 회색을 좋아한다. 모노톤이라고 하지 않나. 용식이는 분홍색으로 도배를 했다면 저는 모노톤이다. 제가 모노톤이 아닌 다른 색 옷을 입으면 그건 굉장히 꾸미고 신경 쓴 날이다. 뭐든 무난한 걸 좋아한다.
▲ 용식이처럼 윤시윤이 집착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제가 집돌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푼다. 아무리 피곤해도 다시 돌아올 저를 위해 집을 최대한 깨끗이 하고 나가려 노력한다. 늦잠을 자고 허둥지둥거려도 정리를 해놓고 간다.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들어왔을 때, 내 공간만큼은 완벽하게 품어주는, 기다려주는 장소였으면 해서 정리를 해놓고 있으려 한다.
▲ 섹시코미디 장면과 애잔함과 공감의 장면이 어우러지게 연기하는 것도 숙제였을 것 같다.
멜로는 상대의 감정과 마음을 잘 받아쳐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전까지 전 제 것 하기 바빴다. 이번엔 희연 씨가 연인처럼, 동생처럼 정말 잘해주셨다. 그분에게 흥미를 갖고 빠져들도록 만들어주더라. 저는 정말 희연 씨의 감성과 에너지를 최대한 집중해서 보려고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전까지 필모를 보면 아시겠지만, 멜로는 저에게 자신감이 없는 장르였다. 희연 씨와 같이 하면서 매력을 느끼고, 다음에 더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멜로도 치정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혹시 사랑 이야기를 또 해본다면 어떤 느낌의 것을 해보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희연 씨와는 카메라만 꺼지면 각자 연애 상담, 연애사를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게 각자 살아가면서 경험한 뜨거웠던 순간을 역할에 녹여내고 있더라. 다음에 멜로를 한다면 남아있는 감정을 녹여낼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싶다.
▲ 코미디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전 재능이 없는데 웃기려는 욕심이 너무 강하다. 주변에서 몹쓸 욕심이라고 한다.(웃음) 잘 웃기는 분들은 질투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웃기려' 연기하진 않는다. 제가 웃기려 한다고 해서 웃기지도 않는다. 최대한 제 역할에 집중하면, 주변에서 잘 받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재밌게 나오는 거 같다.
▲ 윤시윤이 생각하는 사랑은?이제 30대다 보니 책임감이 가장 큰 거 같다. 감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희생해주고, 지켜나갈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한거 같다. 제가 생각하는 30대의 사랑은 그래서 책임감이다. 제가 기다리는 연인도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제 모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