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北 미사일 발사 사흘째인데 말 아끼는 軍

美·日 "위협" 韓 "예의주시"만
北과 대화 목맨 정부 '눈치보기'

문혜정 정치부 기자
“몰라서 말을 못 하는 것도, 말할 수가 없어서 못 하는 것도….”

군 관계자가 14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내놓은 알쏭달쏭한 말이다. 북한은 지난 11~12일 두 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북측 주장대로라면 1500㎞를 날아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등 일본 대부분을 사정권에 둔다.합참의 공식 반응은 13일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분석 중이다”, 14일엔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였다. 이런 반응은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어디든 똑같다. 청와대는 13일 “한·미 공조하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 회의도 소집하지 않았다.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전례가 없다는 이유다. 마치 ‘북한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 시험을 우리 정부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지난 3월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3월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항목에 없으며 별다른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성명을 내고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내에선 탄도미사일 관련 사항만 규정해 온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 개발을 안이하게 봤다는 자성론이다. 미국 민주당 소속 라자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은 지난 12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유엔 제재를 가하고 미국과 동맹국이 협력해 왔는데, 이제 순항미사일에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리 군은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한·미 간 다루는 SI자산(특수정보)과 관련한 정보는 밝히지 않는다”는 핑계 아닌 핑계만 대고 있다. 이런 군의 태도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대북 지원사업을 고심하고 있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비친다.

순항미사일은 느리지만 낮게 비행해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한다. 발사 때도 잡아내기 쉽지 않다. 소형화한 핵탄두도 실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군은 유엔 제재 항목이 아니란 이유로 한반도에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올 들어서만 북한은 네 차례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국민들 불안에도 군이 무감각해져 가고 있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