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 100조, 투자자 차익 가능할까[비상장사 탐구생활]

[마켓인사이트]
2025년 배터리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넘을 전망
확정된 수주 규모 막대해 매출 급상승 예상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인자 SK하이닉스와 주가 전망 비교해보면...
≪이 기사는 09월14일(08: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올해 증시에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원 고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꿈을 먹고 자라난다'는 플랫폼·정보통신(IT)기업도 아닌데 불과 몇 년 사이 깜짝 등장한 100조기업을 보며 투자자들은 돈주머니를 풀어도 될까 망설일지 모른다. 상장하면 단숨에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 증시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배터리 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기업으로 가치가 100조원을 넘나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 배터리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배터리 한 품목으로 시가총액 100조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막연한 의문도 든다. 100조원이 현재 가치인지, 희망 섞인 미래를 반영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증시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하나로 올초 한 때 시가총액 1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니 LG에너지솔루션이라고 안 될 이유는 없어보인다.


기업가치 100조원 근거는 무엇인가


휴대폰 배터리를 만드는줄 알았던 LG화학 배터리 부문이 100조원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소식에 일반 투자자들은 깜짝 놀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연기관 차량 규제를 확정한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대응해 시장과 기업은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놓고 학설이 분분하다. 100조원 설의 주된 근거는 중국 경쟁사 CATL의 기업가치(EV)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50~60배라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로 4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2022년 EBITDA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당히 반영해 20몇 배를 곱하면 100조원이란 숫자가 나온다는 얘기다. 이 밖에 현금흐름할인모형(DCF)으로 56조원의 가치를 산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생산능력 대비 기업가치(EV/Capacity)나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 등 다양한 가치 산출방법이 동원된다.그러나 LG화학의 상반기 재무제표에 나온 총 자산은 22조원, 반기 매출은 9조3851억원이다. 일반적인 주가 순자산·순이익 비율 등의 잣대로 보면 100조원에는 미래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교 대상인 CATL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을 장악한 점이 주가에 반영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중국 빼면 글로벌 1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2017년 4조560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두 배가 넘는 9조3851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다. 회사 측은 3년 후인 2024년에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전체 수주 잔고는 이미 15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500억달러를 넘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600억달러로 성장, 메모리반도체 시장(1490억달러)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2030년엔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도 추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배터리 자체생산을 시도하는 등 악재는 있지만 성공여부는 불투명하고 기술력 격차도 꽤 크다고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시장을 빼면 글로별 업계 1위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시가총액 100조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추가 상승 여력 있을까


LG에너지솔루션이 100조 기업이 됐다고 끝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을지에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하나로 국내 증시 2위를 기록중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보자.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종목이라 벌써 조금 우울해진다. 그렇지만 단일 품목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장치산업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시장 점유율도 대략 비슷하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D램 시장에서 29%, 낸드 시장에서 12% 가량이다. 글로벌 자동차 배터리시장 26.2%정도를 점유한 LG에너지솔루션과 엇비슷하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지난해 31조9000억원 가량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목표치와 비슷하다. EBITDA는 14조7848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77조원 가량이다.(주가가 한창 올랐을 때 100조원을 넘기도 했으나 지금은 내렸다). SK하이닉스에게도 중국 CATL과 같은 비교대상이 있었다면 주가가 두 배는 올랐을지 모른다. 불행히도 메모리 반도체 1위는 같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용받는 삼성전자다. 어쩌면 LG에너지 솔루션의 미래는 글로벌 업계 1위 등극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해소에 있을지 모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 전망은 여기서 줄인다.

상장 시기는 조만간


LG에너지 솔루션은 GM 볼트EV 배터리 리콜사태 등 악재가 터지며 올해 상장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으나 큰 이변이 없는한 조만간 증시에 등장할 전망이다. 폭발적으로 커지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잡기 위해 라인을 증설하려면 2025년까지 총 8조7796억원을 투입해야한다. 확정된 금액만 이 정도고 새 공장을 지으면 돈이 더 필요하다. 연구 개발비도 올해 상반기만 2843억원이 들어갔다. 상장으로 한 방에 큰 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 빚을 내 투자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모회사 LG화학이 구주를 내다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일단 시장에선 기업가치의 20%인 20조원 수준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