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학·가족…김환기 희귀작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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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29일 '9월 경매'미술품 양대 경매사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가을을 맞아 잇달아 경매를 연다. 각각 125억원, 86억원 규모로 열리는 두 경매에는 한국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가 미국 뉴욕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옛 화법으로 그린 작품 등 희귀작이 여럿 출품됐다. 국내 미술시장이 견조한 호황을 구가하는 가운데 미술계에서는 올해 경매 낙찰총액이 사상 최대치인 3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추정가 4억 전후 '달과 산' 등
125억 규모 총 168점 출품
서울옥션 28일 '가을경매'
김환기 '무제' 등 164점 나와
추석 연휴 프리뷰 관람 가능
오는 29일 열리는 케이옥션의 ‘9월 경매’에는 총 168점(125억원 규모)이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김환기의 ‘달과 산’(1967년)이다. 추정가는 3억3000만원~4억5000만원. 이 작품에는 김환기의 1950년대 그림에서 등장했던 보름달 등 구상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작가가 이 시기 뉴욕에서 점과 면으로 구성된 추상화에 천착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케이옥션 관계자는 “김환기의 과거 구상화풍과 말년의 전면 점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 경매에는 1994년 김환기 20주기 회고전에 나왔던 ‘무제’(1960년)가 추정가 3억~5억원에 나왔다.
케이옥션 상반기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총액을 기록한 이우환의 작품도 11점(21억6000만원 규모) 출품됐다. 다양한 크기의 ‘조응’ 시리즈가 눈에 띈다.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건용 이배 이강소 등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해외 작품 중에서는 프랑스 작가 페르낭 레제의 1951년작 ‘붉은 배경 위의 꽃’(추정가 5억~8억원)이 시선을 끈다. 레제는 20세기 초 프랑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국내 경매에 처음 작품이 나왔다.
28일 열리는 서울옥션의 ‘가을 경매’에는 총 164점(86억원 규모)이 나온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신규 컬렉터들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인다.단연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환기가 1950년대 그린 ‘무제’다. 푸른색 배경에 단순화한 학의 이미지를 그린 작품으로,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이다. 경매 추정가는 3억~6억원. 장욱진의 ‘무제’(1978년) 역시 거의 전시된 적 없는 작품이다. 소가 등장하는 향토적인 그림으로, 경매 추정가는 8000만~1억2000만원이다. 이우환 이강소 유영국 하종현 이배 등의 작품도 출품됐다.
국내 경매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가나 출신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2020년 작품 ‘Black Jacket’(추정가 5억~8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보아포는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최근 명품 브랜드 디올과 협업 상품을 내 화제를 모았다. 출품작에선 단순한 배경 위 핑거페인팅으로 그린 인물의 얼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경매 프리뷰 전시는 서울옥션은 15~28일(서울옥션 강남센터), 케이옥션은 18~29일(케이옥션 본사) 열린다. 추석 연휴 내내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덕분에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구가하면서 양대 옥션의 올해 실적은 승승장구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울옥션의 올해 예상 낙찰총액은 1600억원으로 전고점인 2018년의 1300억원을 큰 폭으로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옥션은 10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일정대로 심사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연내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