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어눌해서…80대 노인 뇌경색 신고 묵살한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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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방치, 치료 시기 놓쳐 정상 생활 불가능충북 충주에서 80대 노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119에 신고했지만 상황실 근무 소방관이 이를 묵살해 7시간 가까이 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충북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 직무유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80대 남성 A씨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6시45분께 "몸이 이상하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의 집에 방문, 119에 신고한 뒤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A씨는 골든타임을 놓쳐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우측 운동신경손상으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A씨 입원 후 핸드폰을 확인한 가족들은 전날 밤 11시18분께 119에 신고한 통화목록을 발견했다. 119에 전화한 가족들은 "동일번호로 2번의 신고가 왔었고, 무응답으로 신고처리가 안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 가족들이 신고 당시 녹음된 녹취본을 공개 요구한 결과, 신고 당시 A씨는 어눌한 발음이지만 주소를 두 번이나 말했고, "아이 죽겠다. 애 아이 자가만 오실래여(잠깐만 오실래요)"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고를 받은 119 소방관은 A씨의 어눌한 발음을 이유로 구조요청을 장난전화로 오인해 출동하지 않았고, A씨는 다음 날 오전 7시께까지 방치돼 있다가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청원인은 "아빠가 82세로 고령이기는 하지만 공공근로도 다니시고 체력도 좋고, 건강하셨다"면서 "아빠가 신고한 그날 출동만 했더라도 아빠가 지금과 같은 상태는 분명 아닐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A씨는 기저귀를 착용하고, 코에 호스를 이용해 유동식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으며, 스스로 휠체어에 앉을 수도 없는 상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날 밤 119에 신고한 A씨가 구조대가 올 것을 대비해 불편한 몸으로 기어나가 주택 대문과 현관문을 열어놨다는 사실이다.
119 상황실 매뉴얼에 따르면 "언어가 불분명한 노인 등이 신고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를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있지만,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신고전화를 받은 직원의 매뉴얼 미준수 상황을 확인한 소방본부는 절차에 따라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