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계속 의적일 수 있을까 [애널리스트 칼럼]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사진=AP)
지난 8월 초 한국과 미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거대한 핀테크 금융회사가 상장하면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 미국은 인터넷 증권사 로빈후드다.

두 회사는 공통점이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①기존 금융회사보다 훨씬 뛰어난 품질의 App을 바탕으로 ② MZ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미국에서 로빈후드 고객, 로빈후더는 젊은 주식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③ 매우 높은 성장률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금융회사라는 점이다. 아울러 ④ 기존 금융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당히 높은 공모 가격으로 상장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 방향은 서로 다른 모습이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지금까지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로빈후드는 다소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로빈후드도 현재 주가(주당 40달러 초반)는 공모가(38달러)를 넘어서고 있기는 하나, 공모가의 두 배 가까운 시가를 형성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는 모습이 다르다.

로빈후드가 카카오뱅크와 달리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PFOF 비즈니스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PFOF(Payment For Order Flow)란 자사 고객의 주식 거래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것으로, 로빈후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로빈후드의 PFOF에 이해 상충의 여지가 있다면서, 서비스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주가 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다. 중세 영국의 의적(義賊) 로빈후드가 지배층으로부터 핍박받던 민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것처럼, 현대 미국의 증권사 로빈후드는 기존 기득권 금융회사에 거부감을 느끼던 밀레니얼 세대의 강력한 호응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퀘어, 소파이(So-Fi)에 이어 페이팔까지 주식 거래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주식 거래 시장에서 핀테크 경쟁자가 많아졌다. 중세 영국에 비유하면, 의적을 표방하는 세력이 여기 저기에 많이 출몰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로빈후드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물론 현재의 수익성도 중요하겠지만, 이보다는 트래픽이 더 중요하다. 스퀘어나 페이팔, 카카오뱅크처럼 로빈후드의 지향점은 종합 금융 플랫폼이며, 플랫폼 경쟁력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트래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PFOF가 금지된다면 당장 수익성의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다량의 로빈후더 트래픽이 쌓여 형성된 빅데이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퀘어, 페이팔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는지 여부도 결국엔 양질의 트래픽이 지속되는지 여부가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스탑 사태 이후에도 로빈후드의 MAU(월간 활성화 사용자수, 트래픽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는 약 1,770만명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매출 또한 트래픽에 비례해 성장(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10.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3%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영업외손실로 인해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순이익보다는 MAU와 매출 성장이 더 중요하다.

로빈후드의 지지 기반이자 고객인 로빈후더와의 신뢰 관계가 지속되는지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다. 의적 로빈후드가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나름의 대의(大義)와 진정성에 대해 민중이 높은 믿음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로빈후드가 수 차례 과오를 보이면서 민중의 믿음을 잃었다면, 그는 그저 흔한 도둑 중 하나로만 남았을 것이다. 증권사 로빈후드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월가의 금융회사와는 다르다는 믿음과 진정성을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있었던 게임스탑 사태는 고객에 대한 회사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슈로, 반복되어서는 안될 과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