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사무소 9곳이 달라붙었다…더현대서울은 '디자인 백화점'
입력
수정
지면A21
명품건축물 열전 - 더현대서울‘도심 속의 정원’. 10년 만에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의 첫인상이다.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백화점이지만 쇼핑몰이나 아울렛에 가깝게 공간 활용을 했다. 밀폐된 기존 백화점과 달리 유리로 된 천장을 써 항시 자연광을 받으며, 넓고 자유로운 통로를 설치해 보행자에게 산책하는 듯한 동선을 제공한다.
伊 거장 리처드 로저스, 붉은색 철골로 외관 꾸며
김도윤 팀장 "내부는 공간의 연결성 강조"
층마다 다른 콘셉트에 친환경 공간 구현
더현대서울 설계를 총괄한 김도윤 현대백화점 인테리어팀장(사진)은 “더현대서울은 하나의 ‘디자인 백화점’”이라고 소개했다. 설계 작업에 참여한 디자인사무소만 9곳이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다.더현대서울의 ‘옷’이라고 할 수 있는 외관은 이탈리아 건축 거장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이다. 건축물의 구조·설비를 외부에 노출하는 걸 선호하는 건축가다. 그의 건축 철학에 따라 더현대서울은 절반가량을 바깥에 드러낸 외관과 여의도 파크원 콘셉트에 맞춘 붉은색 철골 포인트를 지니게 됐다. 김 팀장은 “로저스가 만든 건축물 내부를 어떻게 어우러지게 채울지가 현대백화점 인테리어팀의 과제였다”고 했다.김 팀장은 우선 층마다 다른 콘셉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명품 매장이 밀집한 1층에는 이에 걸맞은 예술적인 바닥을 두고, 의류·리빙 매장이 있는 2~4층은 도회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최상층인 5~6층은 개방감에 초점을 뒀다. 김 팀장은 “대략적인 구조를 구상한 뒤 디자이너 섭외에 나섰다”며 “정해진 콘셉트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회사를 1순위로 뒀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디자인사무소가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현대서울 인테리어에 참여한 회사의 국가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으로 다양하다.
1층은 셀린느·발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영국 건축회사 CMK가 맡았다. 감각적인 설계물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김 팀장은 CMK에 그들의 강점인 ‘다채로운 패턴의 설계’를 주문했고, 그 결과 형이상학적 예술작품을 연상케 하는 바닥 디자인이 1층에 적용됐다.2~4층 설계를 맡은 캐나다 회사 버디필렉은 상품군에 따른 층별 디자인을 했다. 패션·잡화를 파는 2·3층에는 각각 조각공원, 경기장 느낌의 인테리를 입혔다. 리빙·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밀집한 4층은 미국 맨해튼 느낌의 모양새가 됐다. 김 팀장은 “공간 전반적으로 실내보다 야외 인상을 주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사운드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5~6층은 더현대서울 전체 콘셉트인 ‘포레스트’를 제대로 반영한 공간이다. 모티브가 된 건 현대백화점의 대표 이미지인 ‘하늘정원’이었다. 현대백화점 지점마다 존재하는 옥상 공원의 이름이다. 김 팀장은 “옥상이 없는 더현대서울에 하늘정원과 같은 친환경적 공간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운드 포레스트 곳곳에는 나무와 풀로 꾸민 다양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풀 냄새 속에서 햇살을 맞으며 차 한 잔을 즐기는 라운지 개념이다. 맛집으로 소문 난 카페와 레스토랑이 다수 입점한 곳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사운드 포레스트로 더현대서울의 자연친화적 이미지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브랜드 담은 디자인에 주력”
김 팀장은 2009년 건축설계회사에 입사한 뒤 2014년 아모레퍼시픽 매장 디렉터가 되며 본격적인 브랜드 디자인에 나섰다. 당시 도산공원에 있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설계했다. 그는 “브랜드 이미지를 살린 공간 디자인에 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2017년 현대자동차로 옮긴 김 팀장은 ‘2018 평창올림픽 현대차 브랜드관’을 설계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소를 콘셉트로 한 신비로운 디자인이 특징인 공간이었다. 그는 “당시 현대차에서 주력하던 ‘수소 산업’을 이미지화한 것”이라며 “우주를 끌어들여 수소를 형상화하고, 곳곳에 수소를 의미하는 물방울 오브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평창올림픽 프로젝트를 마친 그해 11월 김 팀장은 현대백화점 인테리어팀으로 이동했다. 더현대서울 설계 작업의 ‘머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가장 고민한 것은 여러 디자인 사무소의 작업물을 하나의 공간에 조화롭게 담는 것이었다.결론은 ‘공간의 연결성’이었다. 1층과 2층, 2층과 3층을 자연스럽게 잇는 조형물을 곳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1층의 인공폭포다. 가운데가 뻥 뚫린 더현대서울 구조상 이 폭포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연결성 있는 오브제를 통해 고객은 더현대서울을 하나의 통일된 공간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최근 친환경적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7층에 조성한 대형 조경공간이 대표적 작업물이다. 커다란 온실을 콘셉트로 한 특색 있는 장소다. 그는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