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 대표' 국감 뺑뺑이 돌 판…농해수위 증인 60%가 기업인

국정감사 아닌 '기업감사' 되나
정무위, 쿠팡·야놀자 대표 등 호출
과방위·국토위도 증인채택 유력

< 네·카 : 네이버·카카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국회가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대표를 다음달 예정된 국정감사 증인으로 무더기 채택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문제를 다루겠다는 명분이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 길들이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애초 행정부를 감시토록 한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 줄줄이 대상

16일 증인 채택을 마친 정무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른 이유로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개선’을 꼽았다. 정무위는 국감에서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독점적 시장 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상승 등 소비자 기만 △계열사 신고 누락 △공세적 인수합병(M&A)으로 골목상권 위협 문제 등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예고된 일이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는 카카오를 겨냥해 “카카오 성공 신화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숙박 관련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의 배보찬 대표도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다. 숙박업주를 대상으로 과도한 광고비 수수료를 착취하고, 가맹 파트너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 의혹이 있다는 게 증인 채택 이유다.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동물용 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를 따져 묻겠다는 이유에서다. 농해수위는 또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원산지 표시를 위반했다는 명분으로 네이버쇼핑의 김정우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아직 여야 협의가 끝나지 않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의 대표를 증인으로 최종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국민의힘까지 ‘플랫폼 기업 때리기’에 동조하고 있어서다.

국토위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모빌리티를 두고 “택시 플랫폼 시장에서 거의 완전한 독점을 구축했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했는데도 방임하고 있는 국토부가 자유시장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은 상임위원회별로 돌아가면서 출석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與 “안 오면 기업 실사하겠다”

민주당에서는 플랫폼 기업 대표가 불출석할 경우에 대비해 기업에 직접 방문할 계획도 내비치는 등 플랫폼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정당한 이유를 들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 출석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국회 과방위 증인에 채택됐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과방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대표가 아닌 임원이 대신 나올 경우 현장 실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생을 이유로 각종 기금을 만들려는 민주당이 기업 책임자인 대표를 직접 압박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LG CEO 부른 농해수위

국정 전반을 감독해야 하는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를 대거 증인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정무위가 이날 채택한 증인 및 참고인 21명 가운데 14명(66.7%)이 민간 기업인이다.농해수위도 사정이 비슷하다. 증인과 참고인 37명 중 24명(64.8%)이 기업 관계자다. 농해수위는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기 위해 증인으로 불렀다. 농해수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이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