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라던 에어프라이어의 퇴장…너무 빠른 한국 트렌드 [박한신의 커머스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만큼 유행이 빨리 지나가는 나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트렌드가 그렇지만, 만능 요리기기로 여겨졌던 '에어프라이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요리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위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 가전 양판점 전자랜드가 올해(9월 12일까지) 에어프라이어 매출을 살펴 봤더니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고 합니다. 작년만 해도 2019년보다 무려 86%나 매출이 늘었던 기기입니다. 1년 만에 인기가 급격히 식었습니다.이런 에어프라이어를 대체한 주방 기기가 있습니다. 바로 '전기오븐'입니다. 전자랜드가 올해 같은 기간 전기오븐 판매량을 조사해봤더니 지난해보다 무려 137%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가 11% 뒷걸음질 치는 동안 전기오븐은 두 배 넘게 팔린 겁니다.
에어프라이어 매출이 86% 증가했던 지난해에는 전기오븐 매출이 고작 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전기오븐이 에어프라이어 수요를 흡수하고도 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에어프라이어라는 게 있다"는 말을 불과 3~4년 전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격세지감입니다.

전자랜드는 이에 대해 "홈쿡 트렌드 또한 진화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정교한 요리 기기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전자랜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좀 더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오븐 조리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전기오븐을 찾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에어프라이어 조리는 수분을 건조시키기 때문에 홈베이킹 등 촉촉함이 필요한 일부 요리에서는 오븐 조리가 더욱 좋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오븐은 하나의 제품으로 오븐 조리를 비롯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주방 공간 효율성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젊은 부부와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전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과 '집밥' 트렌드 안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홈쿡'이 취미를 넘어 '뉴노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新) 주방가전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네요. 전기오븐은 또 언제, 어떤 주방가전에 자리를 내줄지 궁금해집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신제품을 시험하는 최전방 시장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