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 발표에도…부품 관련주 ‘주르륵’
입력
수정
하드웨어 성능 높였지만…“혁신 없이 아이폰12와 비슷”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 발표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전작인 아이폰12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많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또 가격 정책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은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중심 마케팅 전략…납품단가 압박으로 이어질 수도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LG이노텍은 5.27% 하락한 21만5500원에, 비에이치는 5.57% 빠진 1만9500원에, 덕우전자는 4.69% 내린 8530원에, 아이티엠반도체는 3.34% 하락한 4만485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보통 예정된 호재성 이벤트가 있으면 직전까지는 주가가 오르다가 실제 뉴스가 나오면 하락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하기 전에도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비에이치는 3.50%가 하락했다. 덕우전자와 아이티엠반도체는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률이 각각 4.80%와 0.98%에 그쳤다.
LG이노텍은 5.81% 상승했다. 다만 LG이노텍은 애플이 2024~2025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카와 관련해 LG그룹이 광범위하게 협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LG이노텍은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을, 덕우전자는 카메라모듈용 소형 프레스 부품을, 아이티엠반도체는 배터리용 보호회로를, 비에이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인쇄회로 기판을 각각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혜가 기대됐던 기업들의 주가 반응이 신통치 않은 배경은 아이폰13에 대한 실망감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13 언팩행사에 대해 “이미 사양에 대해 많은 부분이 노출됐기에 큰 서프라이즈는 없었고, (애플은) 가격이 비싼 아이폰13 프로 모델에 마케팅을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3은) 카메라 성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전면 노치(화면 상단의 패인 부분) 면적을 넓히고, A15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탑재한 게 특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디스플레이 주사율이 120Hz로 향상됐고, 최고 사양 모델인 프로맥스에만 적용됐던 손떨림방지 기능 센서시프트가 모든 모델로 확대됐다. 프로모델에는 저장용량이 1테라바이트(TB)인 모델도 추가됐다.실제 아이폰13이 공개된 14일(현지시간) 애플의 주가는 0.96% 하락해 148.12달러로 마감됐고, 간밤에는 0.61% 회복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아이폰13의 판매량이 전작보다는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작인 아이폰12이 출시 후 6개월동안 약 1억대의 출하량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기 때문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3 출시 후 6개월간 출하량은 아이폰12 때와 비교해 10% 감소한 90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아이폰12의 경우 디자인 쇄신, 5세대(5G) 이동통신 지원 ,모델 다변화 등으로 많은 교체 수요를 흡수한 바 있어, 그만큼 (새로운) 아이폰의 대기 수요는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다만 애플의 영업환경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창민 연구원은 “미국 제재에 따른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축소로 중국 내 아이폰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북미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S시리즈 판매부진과 노트 시리즈 단종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 정책을 쓴 점은 부품 공급업체에 부담이다. 특히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남대종 연구원은 “애플은 통신사들과 마케팅 프로모션을 확대해 판매량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부품 비용 증가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익률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향후 부품 업체들에게 판가 인하 압박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