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엔씨소프트, 개미들 1조 넘게 '줍줍'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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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주당 100만원 찍고 50만원대로 '털썩'연초 100만원을 넘어섰던 엔씨소프트가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을 맴돌고 있다. 과도한 과금 체계의 개선에 실패한 데 따른 이용자 이탈 우려감과 함께 신작 게임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엔씨소프트에 대한 목표주가도 70만원에서 92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과금체계·신작 흥행 실패 등 악재 잇따라
증권가 목표가 70만~92만원 편차 커
'저가 매수기회'로 본 개미들, 1조 넘게 '줍줍'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달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하면서 5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가 흥행 실패한데 이어 그동안 비판받던 과도한 과금 체계의 개선에도 차질을 빚은 것이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8일 장중 104만8000원까지 치솟으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5월 들어 80만원대에 안착하는 등 올해 들어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달간 주가가 급격히 빠지면서 50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전날 기준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블소2 출시 이전인 지난달 25일 대비 5조44000억원가량 증발하며 12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가도 83만7000원에서 58만9000원으로 29.6% 폭락했다.
급락 속에서도 개인투자자인 개미들은 1조원 넘게 주식을 쓸어담았다. 개인들은 엔씨소프트의 유저 입장에서는 '손절'이었지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가매수' 신호로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보면 개인은 1조231억원이나 사들였다. 이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700억원과 28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엇갈린 분위기는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증권사들이 투자의견 '매수'에는 입을 모았지만 목표주가는 최저 70만원에서 92만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목표주가 70만원을 제시한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금 모델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초기 유저들은 과도한 과금 유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났다"며 "기존 모바일 게임들의 매출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의 국내 매출액은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흥행 지속으로 인해 전분기 대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대만에서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며 "리니지M의 매출도 7월 '4주년 업데이트'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 늘기는 했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목표주가 92만원을 제시한 메리츠증권은 블소2의 예상보다 못미친 성과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신작 사이클은 오히려 빨라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2 초기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엔씨소프트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영기' 시스템을 없애는 등 노력하고 있어 향후 순위는 좀더 상승하거나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블소2의 흥행 실패로 인해 향후 신작들이 빨리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는 11월 '리니지W', 내년 상반기 '아이온2', 블소2의 해외 확장, '프로젝트TL'로 PC게임 라인업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외에 미래에셋증권(목표주가 85만원) DS투자증권(81만원) KTB투자증권(83만원) 키움증권(85만원) 상상인증권(82만원)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리포트를 내놨다. 모든 증권사들이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신작 실패로 실적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평균 목표주가는 82만57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40%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글로벌 동시 출시와 더불어 멀티디바이스, AI번역, BM, 콘텐츠가 글로벌향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글로벌에 대한 전략이 통할 수 있는지 판가름 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