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망중한, 예술영화로 '초심'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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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볼만한 영화들코로나19가 퍼진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추석연휴. 연휴동안 망중한을 즐기려는 집콕 관객들은 침대 위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을 켠다. 숱하게 다시 본 영화들에 실증이 나기 마련. OTT 첫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던 명작들이 눈길을 끈다.
예술에 마음 떨리는 순간들 포착
살아있는 전설들의 무대 뒷 이야기도
예술에 미친 청춘들의 자화상
연휴가 주는 여유를 열정으로 바꿔놓을 명작들이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등 각종 OTT에서 실려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잃었던 초심을 되찾아볼 수 있다.영화 '레토'는 구 소련 레닌그라드를 휩쓸었던 락스타 '빅토르 최'(1962~1990)의 일대기를 다룬다. 빅토르 최가 짧은 생애 동안 금기된 록 음악을 광적으로 탐닉했던 시기를 흑백영화로 담아냈다. 제31회 유럽영화상 미술감독상을 수상했다.빅토르 최는 1962년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고려인이었다. 그는 1980년대 소련 대중음악계의 슈퍼스타였지만 28세에 요절했다. 배우 유태오가 빅토르를 연기하며 해방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의 표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웨이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초심을 찾으며 이국적인 향취를 느끼고 싶다면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를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948년 쿠바를 배경으로 천재 피아니스트 '치코'와 사랑에 빠진 가수 '리타'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꿈을 좇는 게 줄거리다.화려한 색감과 투박한 그림체가 재즈의 열정을 은유한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를 디자인한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만화를 그렸다. 극 중 90여분 내내 울려퍼지는 재즈 선율도 특징 중 하나다. 스페인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는 이 작품으로 2011년 유럽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왓챠와 넷플릭스, 웨이브 등에서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전설들의 뒷 이야기
꿈을 찾았다고 해서 실현하는 건 쉽지 않다.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용기가 솟는다. 우리와 함께 하는 예술가들의 인생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일대기를 카메라에 담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그들이 내놓은 작품에 관한 평가가 끝나지 않아서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설'들이라면 어떨까.영화 '아임낫데어'(2008년)은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 '밥 딜런'을 다각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밥 딜런이지만 다른 인간성을 연달아 선보인다. 저항, 상업가수, 무법자 때로는 시인이었던 그의 모습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7명의 배우들이 각각 밥 딜런의 페르소나(인격)을 연기한다.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고(故) 히스 레저는 밥 딜런의 소탈한 인격을 보여준다. 크리스천 베일은 1인 2역을 펼치고, 케이트 블란쳇은 남장 연기도 개의치 않고 열연한다. 대중들 귀에 익숙한 밥 딜런의 명곡이 영화 곳곳에서 울려퍼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발라드 오브 어 맨'에 이어 미공개곡 '아임 낫 데어'가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사카모토:코다'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마지막황제'(1987)의 OST를 지으며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어워드를 휩쓸었던 작곡가였다.하지만 2012년 인후암 판정을 받았다. 투병 중에도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영화 '남한산성', '콜 바이 유어 네임' 등의 숱한 명작들의 배경음악을 썼다. 영화는 2012년부터 새 음반 'async'를 내는 시점인 2017년까지 5년 동안 그의 고뇌와 사투를 생생히 기록했다. 웨이브와 티빙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관한 철학을 살펴볼 다큐멘터리도 눈길을 끈다. 젊은 시절 전문적으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여겨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일반적으로 페인트를 칠해 숨기려는 콘크리트를 아예 드러내며 자신만의 건축양식을 구축했다.
트럭운전사였지만 복서가 되고 싶었던 청년 타다오는 건설 현장을 누비며 건축을 독학했다. "성장할 수 없다면 포기한다"는 그의 말처럼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타다오의 일상이 관객들에게 회초리처럼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타다오가 던지는 농담과 건축과정에 관한 뒷이야기 등이 흥미를 돋운다. 넷플릭스, 왓차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