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등 겨냥 역대급 'IT 국감' 임박…여론 달랠 카드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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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넥슨 김정주, 통신3사 수장 등 국감 증언대정치권이 추석 이후 진행될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보기술(IT) 대기업 견제 강화를 예고했다. 일부 사업 철수와 소상공인 상생 기금 조성 방안을 내놓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부터 직장 내 괴롭힘 이슈 등으로 홍역을 치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까지 IT 거물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신청됐다.
"지적·호통 일변도 이벤트성 국감 곤란…IT기업 기여도 봐야"
IT 기업 대표들 무더기 국감 증인 채택
23일 정치권과 IT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2021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건'을 통과시켰다. 정무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확정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카카오T 스마트호출로 촉발된 과도한 플랫폼 수수료 등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앞선 2018년에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정무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빚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SK텔레콤 박정호·KT 구현모·LG유플러스 황현식 대표이사 등 통신3사 수장들도 증인으로 불러 5G 품질 문제를 질의할 전망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배보찬 야놀자 대표, '머지포인트 사태'로 논란을 빚은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해진 네이버 GIO,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 GIO와 김 대표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질의를, 김 의장에게는 플랫폼 노동자 처우와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질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위원회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증인 명단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플랫폼 독과점, 수수료 인상, 골목 상권 침해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 네이버 집중포화 맞을 듯
현재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은 9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 등에서 내놓은 것으로, 대부분 영세 입점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지위 남용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IT 기업 중 올해는 유독 카카오와 네이버에 대한 정치권 압력이 거세다. 김 의장은 지난 14일 카카오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몸을 낮췄다.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의 논의를 거쳐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사업 철수가 결정된 서비스는 기업 고객 대상 스마트호출·꽃·간식·샐러드 배달 등이다. 카카오는 "다른 사업 부분도 들여다볼 것"이라며 추가 철수 가능성도 열어뒀다.조성하는 기금 3000억원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종사자의 복지 등에 쓰인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친족 경영이란 지적을 의식한 듯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와 배우자도 퇴사하기로 했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아온 요소들로 국감에 앞서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해진 GIO는 2017년과 2018년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바 있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장에 증인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또다시 모습을 비출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한 직원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 본사 직책을 내려놨지만 여전히 계열사 두 곳의 수장으로 있는 최인혁 네이버 해피빈·네이버파이낸셜 대표도 소환될 수 있다.
"호통 국감 곤란…실질적 대책 들고 나와야"
업계에서는 지적과 호통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는 '이벤트성' 국감이 아니라 문제 해결 약속을 받아내 실효성 있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초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카카오나 네이버를 대상으로 '보여주기식 국감'을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플랫폼이 준공공재 역할을 해온 만큼 공과를 같이 다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통신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던 문자 메시지 비용을 카카오가 앞장서 무료 전환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네이버도 특정 정보를 특정 계층이 독식하던 구조를 허물어뜨렸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민지원금, 백신 접종 예약 안내, QR 체크인, 본인인증 등 대국민 서비스에서 카카오와 네이버가 협조한 점도 함께 조명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