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빙하를 지켜라" 특명…그린란드 상공에 뜬 韓드론

테크 & 사이언스

과기정통부·항공우주硏
국산 드론으로 해빙 관측 성공

러셀 빙하, 매년 눈에 띄게 감소
북극해, 얼음 녹으며 소음 급증
북극 그린란드 러셀 빙하를 관측하고 있는 한국산 드론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세계 각국 기업이 4세대 원자력발전소인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수소연료전지 등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 등이 올해 선언한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발간된 유엔(국제연합)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북극 그린란드 빙상의 유실 속도는 1992~1999년보다 6배 빨라졌다. 이런 속도가 계속된다면 80년 후인 2100년 세계 해수면 평균 높이가 최소 1.1m, 최대 7m 높아진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부산 인천 등 국내 주요 해안 도시가 모두 바닷물에 잠긴다는 얘기다.북극 빙하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역시 소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여름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으로 관측을 시작한 1979년과 비교할 때 6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북극 그린란드에서 국산 드론 3기를 이용해 빙하가 녹는 현상을 근접 거리에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발표했다. 항우연 주관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덴마크 우주개발 전문기관 DTU-스페이스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캥거루스와크(Kangerlussuaq) 비행장 및 인근 지역에서 국내 업체 3곳(유맥에어, 에이엠피, 하이텍)이 개발한 드론 3종을 이용해 러셀 빙하 관측 시험을 했다. 빙하 상공의 기상 데이터(고도별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 등 인공위성이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확보하고, 빙하가 녹는 현상을 실시간 관찰하기 위해서다. 유맥에어는 촬영 및 항법 시험용 드론, 에이엠피는 기상 관측용 드론, 하이텍은 매핑(mapping)용 드론을 띄웠다. 러셀 빙하는 그린란드 빙상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대륙 빙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 감소가 눈에 띄게 일어나는 곳이다. 매년 25m씩 내륙 지역으로 후퇴하며 크기가 줄고 있다.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낮은 해상도, 긴 관측 주기 등 위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며 “자기장이 불안정하고 GPS(위성항법장치) 신호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극한 환경에서 국내 드론 성능을 입증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는 올 들어 북극 해빙의 높낮이 등을 3차원 좌표로 환산하는 수치표고모델(DEM)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드론을 썼다. DEM을 활용하면 해빙의 거칠기나 면적, 부피 등을 원거리에서 계산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속도와 상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실제 값에 더 가까워진 북극 해빙 모델 정보가 기후변화 원인 분석과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소리로도 목격할 수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풍랑 등이 일어나 주변 소음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 북극 동시베리아해에 수중음향 관측장비를 설치하고 1년간 바닷속 소리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온도가 가장 높은 여름철 북극해 수중 소음이 연평균 수치보다 16데시벨(dB)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물 속에선 3dB 오를 때마다 소리의 세기가 2배로 뛰는 것을 감안하면 30배 넘게 소음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