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분 안 팔겠다더니…소프트뱅크, 2조원어치 매각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벤처투자펀드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5700만 주를 매각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주당 매각가는 29.685달러로 전체 매각가는 16억9000만달러(약 1조9886억원)다. 비전펀드가 보유했던 쿠팡 주식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 후 보유 중인 쿠팡 주식은 5억6815만6413주다.

쿠팡에 대한 ‘뚝심 투자’로 유명했던 손 회장이 갑작스레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비전펀드의 이번 매도는 펀드 투자자(LP)의 수익 확보를 위한 차익 실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매도 타이밍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초 김범석 쿠팡Inc 대표가 한국 법인에서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것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한국에 특수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대대적인 플랫폼 규제가 매도 타이밍을 앞당겼을 것이란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손 회장은 초기부터 쿠팡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비전펀드는 2015년 10억달러, 2018년 20억달러를 쿠팡에 투자해 클래스A 기준 37%의 지분을 보유했다.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때 비전펀드는 “쿠팡의 성장을 믿기 때문에 상장 대박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6월 물류센터 화재 등 불상사가 이어지면서 쿠팡 주가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주가는 종가 기준 26.41달러로 상장 첫날(49.25달러) 대비 46%가량 빠졌다.

박상용/박동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