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쓰오일 '사우디 수소동맹'

수소 밸류체인 구축협약
아람코 인프라로 수소 생산
그린암모니아로 운송 추진
연료전지·바이오연료도 협업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왼쪽)과 류열 에쓰오일 사장이 17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사업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과 에쓰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그린수소) 생산에 나선다. 수소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는 그린암모니아 사업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그린암모니아는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뜻한다.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국내로 들여온 뒤 유통 및 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위해 두 회사가 각자의 강점을 적극 살리는 ‘수소동맹’을 맺은 것이다.

사우디에서 그린수소 생산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류열 에쓰오일 사장은 17일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에서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사업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해외 청정수소·청정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내 도입 인프라 구축을 협업하기 위해 이번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한 데다 액화하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냉각이 필요해 이송과 저장이 까다롭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다음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게 가능하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용량이 1.7배가량 크다.

우선 삼성물산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사업 역량을 앞세워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개발부터 이를 국내에 도입·활용하는 데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업 모델 개발을 담당한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가 거점을 두고 있는 사우디가 1순위 후보다. 세계적 수준의 원유정제 및 석유화학 설비를 갖춘 아람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향후에도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신규 사업을 지속 발굴해 성장 기반 마련과 사회적 기여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탈(脫)석탄’을 선언한 이후 수소 등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엔 7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도 짓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주력하는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모회사인 아람코의 친환경사업 확대 의지에 발맞춰 수소사업에 적극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아람코는 세계 에너지기업 중 석유화학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가장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이날 삼성물산과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사업 협력뿐 아니라 연료전지 및 바이오연료 사업 분야에서도 적극 협업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이 지난 3월 차세대 연료전지기업 에프씨아이(FCI) 지분 20%를 확보해 국내 최대주주에 오른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에프씨아이는 한국과 사우디의 합작기업으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와 관련된 특허 수십 건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중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 에너지 활용을 위한 핵심설비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향후 사업성을 검토해 수소연료전지사업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주유소 2000여 개를 활용한 복합수소충전소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후세인 알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에프씨아이 지분 확보는 수소경제 전반을 향한 투자의 시작”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탄소저감 노력에도 적극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