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흐르는 먹자골목 거리…"직원 명절 선물은 꿈도 못 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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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여파 한산한 성남의 한 먹자골목자영업자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의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추석을 맞이해 직원에게 선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한 자영업자의 모습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담겨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추석 연휴' 내내 쉬는 가게 곳곳에
어려운 와중 직원 '보너스' 지급하기도
"나 힘들다고 안 챙길 순 없는 노릇"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일까.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한경닷컴이 방문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먹자골목의 거리는 한산했다. 골목 사이를 잇는 거리마다 적막이 흘렀다. 활보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바람에 전단지만 나부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거래가 줄어든 오늘의 실태였다.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연휴 기간 영업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거리두기 조치가 나오기 전에는 명절에도 쉬는 날 없이 가게를 오픈했다"면서 "이번에는 20, 21일 이틀을 쉬기로 했는데 직원이 줄은 탓에 가게 운영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상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 주변에서 운영되는 식당은 장사가 안될 거라고 생각해서 연휴 기간 내내 문을 닫는 곳도 있다"며 "우리 가게가 위치한 곳은 회사와 거주지 상권이 섞여 있는 느낌이라 가족 단위로 찾아올 수도 있어서 일부 가게들이 며칠만 선택적으로 문을 열 것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난 몇몇 자영업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뒤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 고용했던 직원의 3분의 2 정도를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고 밝혔다. 심한 경우 근무했던 모든 직원을 그만두게 한 뒤 업주의 가족이 식당으로 출근해 일하는 곳도 있었다. 추석을 맞아 선물을 주고 받는 광경은 어느 덧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명절 연휴 직원들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게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자영업자들도 이따금 존재했다.고깃집 사장 B 씨는 "예전에는 추석 명절 선물세트에 더해 몇십만 원을 묶어서 직원들을 챙겨주고는 했었다"라며 "지금은 선물세트는 빼고 예전에 비해 적은 금액을 보너스로 줄 예정이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도 사람인데 내 돈을 다 빼서 직원들을 챙겨줄 때는 좀 억울한 마음도 든다"면서도 "내가 힘들다고 저 어린 애들을 어떻게 안 챙겨주겠나. 정말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상도덕이라는 걸 지키면서 장사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C 씨는 "장사가 잘 됐다면 사장님도 풍요로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하지 않았겠나. 힘든 와중 보너스를 챙겨주니 고마우면서도 짠하다"라며 "솔직히 저로서야 손님이 줄어 일은 편해졌지만 조금만 길게 생각하면 장사가 잘 돼야 저도 앞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 보니 걱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6일 국회 근처에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위한 간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감염병예방법 및 집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설치를 막아선 경찰과 7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조문객을 한 명씩 받는 조건으로 분향소 운영에 합의했다.
비대위와 소상공인연합회에는 현재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관련 제보가 25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자영업자들은 1년 6개월간 66조원 이상의 빚을 졌으며 45만30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