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채식주의자…훈련소서 '정신병' 귀가 조처 했습니다"

제보자 "진짜 억울하고 분하다"
'아토피 피부염'탓 어쩔 수 없이 채식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졌지만 귀가 불가

네티즌 "軍 책임 못 질 거면 뽑지도 말아야"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 / 사진=뉴스1
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채식해야 한다는 한 제보자가 훈련소에서 정신병으로 귀가 조처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17일 '군대에서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해야 하는'을 제목으로 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진짜 억울하고 분하다"며 신병교육대대에서 겪었던 일을 전했다.그는 "2021년 8월에 모 사단의 신병교육대대로 입영했다"면서 "평소 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으므로 피부약을 바르고 식단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음식으로 맞춰 생활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알레르기 음식으로는 닭가슴살을 제외한 육고기 전부, 고기 기름으로 가공된 모든 음식, 마요네즈, 버터, 즉석 음식, 가공식품, 튀김, 과자 등 맛있다 싶은 음식은 모두 아토피 때문에 먹지 못한다"며 "군에도 채식주의자 체크란에 표시를 한 뒤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군의관에게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앞서 언급했던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했지만, 식단에는 계속 먹을 수 없는 음식만 나와 밥과 김치, 사회에서 먹어도 괜찮았던 음식만 먹으며 생활했다"며 "하루는 군대리아라는 햄버거가 나와 아예 끼니를 걸러야 했다"고 토로했다.이어 "더욱 심각한 건 사회에서 먹었을 때 아토피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던 음식이 군에서 먹었을 때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제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조리했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몸은 나빠질 대로 나빠져 결국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졌다"면서 "당시 몸이 파르르 떨리며 호흡이 가빴고, 조교가 저를 업고 군의관에게 데리러 갔던 게 기억이 난다"라고 했다.

그는 "군의관은 영양 불균형으로는 귀가 조처가 불가하다고 했고, 결국 방법이 없어 정신병으로 귀가 조처했다"라며 "입대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일로 진짜 억울하고 분하다"라고 토로했다.끝으로 "밥만 제대로 줬더라면 지금 군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텐데, 귀가 조처 후 또 입영하게 되면 똑같은 사유로 쓰러질 텐데 너무 고통스럽고 힘이 든다"면서 "배식하던 조교가 '너 하나 식단 관리해주는 거 안 된다. 그러니 그냥 버텨라'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라고 적었다.
사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이를 두고 육대전은 군내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꼬집었다. 육대전은 "이건 해당 인원 잘못도, 신교대 잘못도 아니다"라며 "현역으로 징집했다면 이런 인원까지 군대 자체가 포용할 시스템을 수반해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1200인분을 하는데 한 명을 위해서 식단을 짜서 하는 거 자체가 요리병을 고생시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 군대는 아토피도 질병으로 안 봐주는 곳", "비건이 아닌 정말 몸에서 안 받아주는 경우는 군에서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국방부는 책임 지지 못 하면서 채식주의자를 왜 뽑느냐"는 등 제보자를 위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