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함 넘어 코로나 생활복으로…레깅스 기업들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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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속 레깅스 기업 '대박''민망한 운동복'으로 간주되던 레깅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유행으로 '코로나 생활패션'이 됐다. 국내외에서 레깅스 브랜드 기업들 실적이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韓 젝시믹스, 상반기 매출 703억 올려
세계 1위 룰루레몬 2분기 매출 61% 급증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브랜드 '톱3' 중 한 곳인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브랜드엑스)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보다 42% 뛴 매출 86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이 회사의 매출 80%를 책임지는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의 흥행 덕이다. 2018년 연간 217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703억원을 거뒀다. 1분기 294억원의 매출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직전 분기보다 19% 증가한 4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성용 레깅스를 시작으로 남성용 레깅스, 수영복, 운동화와 운동도구, 레저웨어와 캐주얼 일상복, 화장품까지 제품 카테고리를 다변화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자체 온라인쇼핑몰 중심 판매로 이익 방어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96만명이던 온라인쇼핑몰 회원 수는 올해 6월 말 175만명가량으로 급증했다.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별도 유통채널을 거치기보다 자체 쇼핑몰에서 매출이 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브랜딩 강화를 위한 TV 광고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젝시믹스의 영업이익률은 7.9%를 기록했다"며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국내 요가복 및 애슬레저 시장(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집계 기준)은 2015~2019년 4년간 연평균 매출 신장률이 38.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스포츠 의류 전체 매출 신장률(11.3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레깅스만 따로 떼 놓으면 세계 3위 규모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6억원에서 지난해 762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추정한다.해외에서는 세계 1위 레깅스 업체로 꼽히는 캐나다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의 성과가 돋보인다. 룰루레몬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요가복의 샤넬'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코로나 수혜주로 꼽혔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도 일가견이 있는 룰루레몬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부 타격을 입었으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실적이 급반등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이 14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로 61% 급증했다. 순이익도 2억8100만달러로 140% 급증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룰루레몬을 고집하는 충성 고객이 많아 고마진을 유지해 초과 이익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 순이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 중"이라며 "영업이익률이 다른 스포츠웨어 업체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1998년 창업한 룰루레몬은 여성 요가복·레깅스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상품군을 남성복과 일상복까지 확장했다. 그 결과 20여년 만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가 집계한 '2020년 가장 가치있는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에서 25위, 의류브랜드 중에선 4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30위를 차지한 일본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유니클로보다도 5계단이나 앞선 수치다.룰루레몬을 따라잡기 위한 다른 사업자들의 브랜드들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요가를 중심으로 한 온 포인트를 선보였고,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가 비욘드 요가를 인수해 애슬레저 영역 진출에 나섰다.
이같이 레깅스 등 애슬레저 브랜드의 인기에 원사 수요도 폭증세다. 운동복들은 활동성을 위해 스판덱스 함량을 일반 의류(0~2%) 보다 훨씬 높은 10~20% 수준으로 첨가하는 만큼 관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그러면서 세계 1위 스판덱스 업체인 효성티앤씨의 2분기 실적도 호조세다. 코로나19 이후 의류 수요 회복 과정에서 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반등, 스판덱스 부문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 덕이다. 효성티앤씨의 2분기 매출은 113% 뛴 2조14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38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판덱스 수요 성장률이 연간 10%에서 15~25%로 증가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스판덱스 슈퍼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