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천대유 수사'와 文의 '정치적 중립' 촉구 [임도원의 BH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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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경찰서, 경제팀에서 지능팀으로 이첩
성남FC 사건은 무혐의...대장동 개발 의혹은?
TV조선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찰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 내역이 발견됐다는 공문을 받고 내사를 벌여왔습니다. 이 첩보는 용산경찰서 경제팀이 맡다가 지난 17일 수사 인력이 더 많은 같은 경찰서 지능팀으로 이첩됐다고 합니다. 경찰이 화천대유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돌아봐야할 장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5일 내년 대선과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시했던 장면 말입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나 정부는 철저히 정치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 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언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틀 전 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에 “여전히 정치에 개입하는 경찰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는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가 ‘성남FC 후원금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출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 “대선으로 예민한 시기에 경찰에 소환되면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을 경찰이 모를 리 없다”며 이같이 반발했습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구단 광고비와 후원금 명목으로 두산건설, 네이버 등 관내 대기업들로부터 유치한 160억여원이 해당 기업들의 인허가 등 편의를 봐준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였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이와 관련해 이 지사를 2018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경찰은 이후 지난 7일 이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냈습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메시지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찌됐든 해당 메시지가 나온지 두달 만에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번 화천대유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 또다시 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메시지가 나온다면 그것이 과연 우연일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20일에는 김현종 前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SNS를 통해 이 지사에 대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위기를 직관하고 결단하고 출구를 열어가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