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후 FOMC 대신 美 의회 봐야 하는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추석 후 미국 증시 뒤흔들 3대 변수 총정리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정인설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한경 글로벌마켓' 유투브를 통해 '정인설의 워싱턴 나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워싱턴 나우는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파워피플과 워싱턴 이너서클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인데요.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 증시에 큰 영향을 줄 미 의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워싱턴 정가가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줄 때가 선거 시즌이나 아프가니스탄 사태 같은 전시 상황일 때인데요.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닌데 뉴욕에서 워싱턴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국채 금리, 미국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미국 정부가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 생사 여탈권도 의회가 쥐고 있습니다.

의회가 미 증시 흔들 3대 변수 모두 결정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미 의회는 크게 세 가지를 결정합니다.

첫째 우리 돈으로 5000조원 이상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킬 거냐 말 거냐를 정합니다.
둘째 증세 폭과 시기를 확정하죠.
셋째가 가장 중요하죠.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여부를 결정합니다.

평상시에는 한 개 사안을 끝내기도 쉽지 않은데 이번엔 세 개를 다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구조적으로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절차가 너무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조금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세 가지를 다 해야 하니 시간이 엄청 오래걸릴 수 있죠.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인프라 법안을 비롯해 대부분의 내용을 확정짓겠다고 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3대 숙제를 다 할 수 있을까요.


5000조원 이상 인프라 법안 대기

먼저 5000조원이 넘는 인프라 법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정확히 4조7000억달러인데요. 이건 다시 1조2000억달러의 물적 인프라와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적 인프라로 나뉩니다.

물적 인프라는 다리 놓고 길 뚫고 하는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메리칸 잡스 플랜'이라고 이름을 지었더랬습니다.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에 해당하니 공화당도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들의 지역구에 어떻게든 예산을 따와야 하니 이 부분에 대해선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3조5000억달러규모의 인적 인프라 계획이죠. 의료 보건 교육 등에 투자하는 겁니다. 전형적인 복지예산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아메리칸 패밀리 플랜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잡스 플랜과 패밀리 플랜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가족을 중심으로 잡았지만 가족 관련 내용에 대해선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공화당은 결사반대입니다.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파들은 그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강성 민주당원들은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의회가 결정장애인 이유

사정은 더 복잡합니다. 3조5000억달러 짜리 인적 인프라 계획 통과가 어려워 보이자 민주당은 대안을 세웠습니다. 1조2000억달러와 3조5000억달러 예산을 합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죠. 민주당 입장에선 3조5000억달러가 더 중요한데 공화당은 1조2000억달러만 찬성하니 두 개를 합치는 패키지 전략으로 바꾼 거죠.

또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상원 하원 양원제입니다. 특정 법안이 시행되려면 상원 하원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만약에 하원에서 법안을 조금 수정했다면 상원에서 다시 통과돼야 할 정도로 합의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상원과 하원의 구조가 다른 게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여부입니다. 미 하원은 필리버스터를 인정하지 않지만 상원은 필리버스터를 허용합니다. 필리버스터가 적용되면 해당 법안은 통과가 불가능해지죠.

필리버스터 이길 수 있는 카드는

만약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로 못쓰게 하려면 전체 100석 중 60석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 상원은 50대 50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수죠. 불사조 같은 필리버스터를 피할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그게 예산조정권입니다. 예산조정권이 적용된 법안에선 과반만 있으면 됩니다. 이번 인프라 법안에 예산조정권이 적용됐습니다. 상원 민주당 공화당 50대50으로 동수인데요. 50대50 동률이면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쥐죠.

그런데 예산조정권을 발동해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상원에서 중도파, 초당파라고 하는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너무 과도하다고 합니다.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상원의원과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이 두 사람이 인프라 법안의 운명을 쥐고 있는 1차 저지선이 된 거죠.

그래서 4조7000억달러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적 인프라 예산이 확 줄이거나 그런데 그것도 안되면 1조2000억달러의 물적 인프라 예산만 통과될 수 도 있는 거죠.


증세 강도 약해지고 국채 금리 오르나

대규모 예산을 짤 때 제일 중요한 건 재원입니다. 4조7000억달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니 어디선가 벌어와야죠.

미국도 정부의 재원조달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세금 거두거나 국채 발행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증세 논의가 시작되는 거죠. 부자 및 대기업 증세입니다. 최초 바이든 대통령의 안은 법인세율 21%에서 28%로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같은 자본이득세율도 20%에서 39.6%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소득세 최고 세율 구간도 37%에서 39.6%로 인상하는 거였죠. 이 정도로 하면 국채발행 조금 더 하면 4조7000억달러 조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의회로 오면서 증세 강도가 약해졌습니다. 법인세율은 28% 대신 25%나 26.5% 정도로 하자고 한 발 물러섰고요. 자본이득세율도 39.6%가 아니라 25%로 정도로 하자고 합니다.

세율을 덜 올리면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죠. 결국 국채 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겠죠. 그렇게 되면 기업들 수익성은 조금 나아지지지만 국채 발행이 늘어 미국채 금리가 올라갈 공산이 크게 됩니다.

미국 디폴트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결국 인프라 예산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 개인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적어지면 정부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와야겠죠. 그런데 미국 정부도 화수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다음달에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경고했습니다.

이게 엄살이다라는 해석도 많지만 어찌됐든 미국도 국채 발행 한도나 부채 한도를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민주당 정부 때 특히 매번 많이 늘려왔는데요. 오바마 정부 이전에 14조3000억달러인데 2019년에 정한 게 22조 달러입니다. 2019년 트럼프 정부 때 부채 한도의 적용 시점을 유예했죠. 이번에도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적용을 유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현재 부채 규모는 23조4000억 달러. 옐런 장관은 22조 달러인 현재 부채 한도를 28조5000억 달러로 늘리지 않으면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 말이 엄살인지 진짜 그런 지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