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스닥기업 '고령화'…효율적 가업승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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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조세부담'이 가업승계 걸림돌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개설 이후 25년 만에 상장 기업 수가 1500개가 넘는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코스닥 기업들의 매출은 2020년 기준 23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 인원은 32만 명에 달해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최근 코스닥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코스닥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57세에 근접했다. 60세 이상 비율도 전체 코스닥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다. 창업 1세대 코스닥 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다음 세대에 이어져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가업 승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업상속 대상 확대·공제요건 완화를
장경호 < 코스닥협회장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속세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37개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이런 과중한 조세 부담은 기업을 유지하고 계승하는 가업 승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업 승계 지원제도가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2019년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88건에 불과하다.가업상속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해외는 어떨까? 독일은 사전 요건으로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기간, 상속인 및 기업 요건에 대한 제한이 없고 사후 요건으로는 고용 신축성을 위해 종업원 수 대신 총급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이용 건수는 연평균 8908건에 달한다. 일본은 2018년 비상장 중소기업의 소유주가 친족인 후계자에게 자신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상속세의 100%를 10년간 납부유예해 주는 특례조치를 도입하는 등 중소기업이 경영 기반을 유지하면서 사업 승계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두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업 상속 관련 세제의 사전·사후 요건은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에 가업승계제도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가업 상속 적용 대상 기업의 확대다. 현행 적용 대상은 중소기업 또는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으로 한정해 성장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둘째, 가업상속공제 사전 요건의 완화다. 피상속인의 경우 주식 30%(비상장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일정 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업 영위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신축적인 운영과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가 필요하다.
셋째,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의 완화다. 고용유지 요건은 매년 80%와 7년간 100%의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고용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에 선행돼야 할 것은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장수 기업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애써 키운 기업을 후대에 물려주기 어려워 회사를 매각한다면, 장기간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 유무형 자산과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가업승계제도 개선을 통해 코스닥 기업들이 경영 승계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장수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를 기대한다.